내년부터 카드망 이용 않고
모바일로 계좌서 직접 결제
카드사 설 자리 사라져

수수료 추가 인하 압박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도
업계 "카드결제 시작 이후, 최악의 위기감 고조"
은행 QR코드 결제 나서… 4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선 카드업

연간 이용금액이 627조원(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신용카드산업이 존폐 기로에 섰다.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구매자 은행계좌에서 판매자 은행계좌로 직접 돈을 넘겨주는 방식의 QR코드 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 결제 방식에선 카드사가 끼어들 공간이 없어 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수수료율 추가 인하,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부터 QR코드 결제 본격화”

신용카드가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1978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카드 영업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크게 확산되지 않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카드 사용을 권장하면서 본격 성장했다. 2003년 카드사태를 겪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360조5666억원이던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지난해 627조3418억원으로 10년 새 74%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03년 이후 15년간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증가해왔다.
은행 QR코드 결제 나서… 4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선 카드업

하지만 이 같은 신용카드 성장 가도가 얼마 못 갈 수도 있다는 게 요즘 금융계 시각이다. 카드망을 거치지 않는 QR코드 결제시스템의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은행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내년 상반기에 도입하겠다는 일정을 마련했다. 모바일 직불시스템은 카드망을 이용하지 않고 가맹점과 소비자의 은행 계좌를 직접 연결해주는 구조다.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받아야 할 금액을 앱(응용프로그램)에 입력해 QR코드를 생성하면, 구매자는 결제 앱이나 은행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비밀번호를 눌러 결제하는 식이다. 각자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결제단말기(POS)가 필요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 시스템을 확산시키면 신용카드에 지나치게 치우친 결제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카드사태보다 더 큰 위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OO페이’도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가 오는 12월부터 운영하는 ‘제로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0%대를 목표로 한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제로페이 역시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QR코드를 이용해 구매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돈을 이체하는 식이다.

이 같은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확산되면 카드사는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된다.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논의,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의무수납제 폐지 등 각종 현안이 쌓여 있는 카드업계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여러 규제로 힘든 와중에 결제기반까지 빼앗길 마당이라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며 “카드사태 때도 이 정도 위기감이 들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가맹점과 구매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무용지물이어서다. 가맹점으로선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매자로선 이용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카드만 내면 되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절차가 더 생기기 때문이다. 또 QR코드 방식은 은행계좌에 잔액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금액에 대해 40%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유인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득공제율이 신용카드는 15%, 체크카드는 30%인 데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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