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면세점 전쟁

글로벌 화장품 1위 로레알
입생로랑과 대대적 뷰티 행사
"인천공항점 반납 만회할 것"

업계 일각 출혈경쟁 우려 속
롯데 '차별화 된 마케팅' 승부
< 롯데 ‘입생로랑 뷰티 호텔’ 마케팅 >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에밀리 콜맨 로레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임원(첫 번째)이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열린 ‘입생로랑 뷰티 호텔’ 행사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롯데 ‘입생로랑 뷰티 호텔’ 마케팅 >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에밀리 콜맨 로레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임원(첫 번째)이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열린 ‘입생로랑 뷰티 호텔’ 행사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13층 VIP 라운지가 1일 프랑스 화장품 입생로랑(YSL) 브랜드 행사장으로 바뀌었다. 메이크업 시연, 가상현실(VR) 체험, 재즈 음악 콘서트 등을 즐기는 사람들로 행사장은 가득 찼다. 롯데면세점이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불러모은 VIP 고객들이었다. 사흘간 열리는 행사에 해외에서만 2000여 명이 초청됐다. 국내 면세점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입생로랑 브랜드 행사를 국내에서 처음 하게 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행사를 해 롯데면세점 고객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입생로랑 세계 판매 1위

이날 행사는 국내 1위 면세 사업자의 자존심을 내건 ‘반격’이다. 전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면세점 세 곳을 자진 반납하면서 약해진 입지를 다지기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롯데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 행사’를 택했다.

신세계 인천공항점 문 연 날… 롯데면세점 VIP 2천명 초청 행사

화장품 체험 행사는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코스메틱’과 마니아를 뜻하는 ‘덕후’의 합성어 ‘코덕’이란 말까지 생겼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면세점과 ‘K뷰티’ 산업을 보유한 한국은 ‘코덕의 성지’로까지 불린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60~70%도 화장품에서 나온다.

입생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올초 파리 로레알 본사에서 첫 번째로 ‘입생로랑 뷰티 호텔’ 브랜드 홍보 행사를 연 뒤, 두 번째 장소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을 택했다. 입생로랑이 유통 기업과 처음 하는 브랜드 행사다. 에밀리 콜맨 로레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임원은 “‘한류 스타가 입생로랑 틴트를 사용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이 급증했다”며 “롯데면세점이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면세점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소미 롯데면세점 화장품 담당 상품기획자(MD)는 “다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도 처음 시도되는 이번 화장품 브랜드와 면세점 간 협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행사를 더 마련해 롯데면세점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고 말했다.
< 신세계, 인천공항점 개장 >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DF1 구역과 탑승동 DF5 구역 내 면세점 영업을 1일 시작했다.  /연합뉴스

< 신세계, 인천공항점 개장 >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DF1 구역과 탑승동 DF5 구역 내 면세점 영업을 1일 시작했다. /연합뉴스

◆“면세점 파이 더 커질 것”

그동안 롯데면세점은 ‘태풍의 눈’이었다. 연 매출 약 8000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자리를 신세계면세점에 넘겨준 뒤 업계에선 “롯데가 매출 만회를 위해 대규모 할인,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유치 수수료 인상 등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면세점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런 예상은 증시에까지 영향을 줬다. 지난달 호텔신라 신세계 HDC 등 면세점 기업 주가가 줄줄이 20% 안팎 급락하기도 했다. 면세점 수익성이 급락할 것을 투자자들이 크게 우려한 탓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이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조금씩 떨어진 영향도 있다. 면세점 매출은 3월 15억6008만달러에서 6월 14억1731만달러로 석 달 만에 약 9%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파이가 커지지 않는데, 나눠 먹기 경쟁은 심해져 실속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파이 키우기’에 나서면서 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면세점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에 앞으로 유커가 복귀하면 면세점 매출은 급격히 늘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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