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홈쇼핑' 된 TV 홈쇼핑
GS홈쇼핑은 2009년부터 브랜드명을 GS샵으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홈쇼핑 하면 50~60대 주부가 보는 TV란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이었다.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쓰는 모바일 쇼핑까지 아우르는 새 이름이 필요했다. 모바일 쇼핑이 막 크기 시작할 때였다. 법인명은 그대로 둔 채 홍보나 광고할 땐 꼭 GS샵으로 표기했다. 언젠가 TV를 벗어나 모바일, 디지털 기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올해 2분기 GS홈쇼핑 취급액(반품을 제외한 주문액) 중 모바일이 처음 TV를 앞섰다. 2분기 모바일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3% 급증한 5037억원에 달했다. 전체 취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뛰었다. 이에 비해 TV를 통한 취급액은 4548억원, 비중은 40.8%에 그쳤다. 작년 2분기만 해도 모바일 비중은 38.3%로, TV 비중(48.7%)을 크게 밑돌았다.

모바일 부문의 선전 덕분에 주가도 뛰었다. 31일 증시에서 GS홈쇼핑은 5.91%(1만1100원) 오른 19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부문이 GS홈쇼핑의 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홈쇼핑' 된 TV 홈쇼핑
GS홈쇼핑의 모바일 비중이 특히 높긴 하지만, 다른 주요 홈쇼핑업체도 비슷하다. CJ ENM 오쇼핑 부문과 현대홈쇼핑의 모바일 비중은 작년 각각 25% 안팎까지 올라갔다. CJ ENM 오쇼핑은 올 1분기 28%까지 상승했다. ‘TV 홈쇼핑’이 ‘모바일 홈쇼핑’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비중 증가는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홈쇼핑업체들이 이를 더 유도한 측면도 있다. 방송을 보다가 모바일로 주문하면 할인 쿠폰을 주고 적립금도 더 많이 쌓아줬다. TV 시청이 줄고 홈쇼핑 채널 영향력이 쪼그라들자 모바일을 돌파구로 삼았다. TV에서 번 돈을 모바일에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각 사 모두 ‘디지털 전환’이 화두였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작년 말 모바일 생방송 ‘쇼크 라이브’를 개국했다. TV 방송과 달리 쇼호스트와 채팅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스튜디오뿐 아니라 백화점 매장 등 현장에서 방송을 찍기도 한다. 현대홈쇼핑은 인플루언서 전문 엔터테인먼트기업 스타일D에 속한 인플루언서가 홈쇼핑 상품을 써 본 뒤 체험담을 들려주는 ‘리뷰 콘텐츠’를 지난 5월 제작했다. 롯데홈쇼핑도 30~40대 워킹맘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생방송을 작년 말부터 내보내고 있다.

TV 홈쇼핑기업들이 모바일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업태 간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티몬은 작년 9월부터 실시간 방송 ‘티비온 라이브’를 하고 있다. G마켓 11번가 등은 자사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