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확정한 ‘2018년 세법 개정안’은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등 명목으로 조세 지출(국세 감면)을 수조원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을 깎고 환급해주는 식으로 저소득층 가계 부담을 줄여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국세 감면액 급증으로 내년 조세 지출은 사상 처음 4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조세 지출은 한 번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근로·자녀장려금만으로 稅收 3조 ↓… 국세감면액 첫 40조 넘을 듯
◆저소득층 지원에만 5조원

정부는 내년에 저소득층 지원 명목으로만 세제를 통해 5조원 안팎의 간접 지원에 나선다. 334만 저소득층 근로자 가구에 근로장려금(EITC) 3조8000억원을, 111만 저소득층 육아 가구에 자녀장려금 90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대상자들의 세금 납부 여부나 규모와 상관없이 국고로 들어온 세금을 장려금 형식으로 나눠주는 돈이다. 근로장려금은 올해 대비 2조6261억원, 자녀장려금은 3400억원 늘어나 합쳐서 약 3조원 증가한다. 근로장려금은 최대 지급액을 가구 형태별로 현재보다 20~75% 늘렸다. 자녀장려금은 연간 최대 지급액을 자녀 1인당 최대 30만~50만원에서 50만~70만원으로 인상했다.

각종 세액공제도 확대한다. 일용근로자 근로소득공제액은 기존 1일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린다. 의료비 세액공제에는 산후조리원 비용을 추가해 총급여의 3%를 초과한 의료 지출 금액의 15%를 2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해주기로 했다. 총급여가 연 7000만원 이하이거나 사업소득금액이 연 6000만원 이하인 납세자가 대상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비과세 항목도 늘린다. 내년부터 2021년 12월31일 가입분까지 저소득 청년의 주거복지와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이자소득을 50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15~34세 무주택 가구주 청년 중 연간 총급여가 3000만원, 종합소득금액 2000만원 이하인 청년이 대상이다.

장병내일준비적금 이자소득에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2021년 말까지 가입분이 대상이다.

◆혁신성장도 일부 지원하지만…

혁신성장 활성화를 위한 기업 세제 혜택도 일부 담겼다. 올해 7월부터 내년 말까지 연구개발(R&D) 설비,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등 혁신성장 투자에 대해 가속상각(기준 내용연수의 50% 이내)을 적용한다. 가속상각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이연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체 세금 납부 금액은 같지만, 초기에 덜 내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하고, 이자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 기업에 연간 약 300억~400억원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5~10%를 세액공제해주는 투자세액공제 요건도 완화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을 5% 이상에서 2% 이상으로 낮추고 적용 기간도 3년 연장했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 기간을 현행 2년간 50%에서 5년간 50%로 확대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저소득층 지원에 비해 혁신성장을 위한 세제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하지 않고 복지를 위한 조세 지출만 늘린다면 앞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