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늘고, 가정간편식이 잘 팔리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백화점을 찾거나 불을 쓰는 조리 과정을 최소화하려는 가정의 노력이 모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2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전국 내륙 전역에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했다.우·양산 92%, 선글라스 14.8%, 모자 20.1%, 스포츠 23.7%, 가전 41.9% 등 더위를 피하기 위한 관련 상품군 매출이 크게 뛰었다. 찜통더위를 피해 백화점으로 피서 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식당가 매출 역시 13.1% 늘었다.가정간편식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롯데마트 온라인몰 가정간편식 매출은 1년 전보다 25.2% 많아졌다. 오프라인 매출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가정간편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매출이 늘었는데, 이는 올해 1~6월의 가정간편식 매출 신장률(6.8%)보다 높은 수치다.가정간편식은 이달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늘었지만 온라인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건 폭염으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온라인 구매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컵비빔밥(57.7%) 즉석밥(20.9%) 등 불을 쓰지 않는 가정간편식의 인기가 높았다.롯데 관계자는 “1994년 이후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집에선 전자레인지 등으로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주문하고 밖으로 나가면 유원지보다 냉방이 갖춰진 실내 쇼핑몰을 찾은 결과”라고 분석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롯데그룹이 지난해 중국 롯데마트 일괄 매각을 결정할 당시 내부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적자 사업인 중국 백화점도 전부 접자”는 주장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를 대비해 남겨놓자”는 의견이 맞섰다. 명확히 결론 내진 못했다. 중국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지 모른다는 우려 탓이었다. 롯데마트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백화점까지 철수하면 ‘롯데가 중국에서 전부 나간다’고 비칠 수 있었다.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뿐 아니라 식품, 호텔, 화학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2월 구속 수감돼 의사 결정은 더 지연됐다.그 사이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10개 점포 중 사업성 있는 매장 대부분을 5월에 팔았고 남은 매장 14곳은 한두 달 안에 폐점하기로 했다. 백화점은 적자가 계속 쌓여 롯데쇼핑 재무구조에 부담이 됐다. 사드 보복 또한 가시적으로 풀린 게 없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잘되는 시장에만 집중하자”는 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신 회장의 ‘남진(南進) 정책’에 힘을 싣기로 했다. 중국 롯데백화점의 ‘단계적 철수’를 결정한 배경이다.롯데백화점, 10년 누적 적자 5000억원롯데는 2008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베이징 왕푸징 지역에 백화점 1호점을 냈다. 10년 안에 중국 내 백화점을 20개까지 늘리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삐걱댔다.1호점은 개장 4년 만에 폐점했다. 합작 상대방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탓이 컸다. 이 기간 누적 적자가 1134억원에 달했다. 이후 새로 연 5개 매장(톈진 둥마루점·문화센터점, 웨이하이점, 청두 환구센터점, 선양점)도 고전했다. 2016~2017년 5개 매장에서 연간 약 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했다. 매출 역시 2016년 970억원에서 작년 760억원으로 21% 쪼그라들었다.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200억원, 영업손실 160억원이었다. 10년간 백화점 부문 누적 적자가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2007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적자가 더했다. 소방점검 등을 빌미로 중국 정부가 대부분 점포의 문을 닫게 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268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은 적자 규모보다 작은 2552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오다가 중국 사드 보복까지 더해져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베스트바이 등도 줄줄이 철수롯데만 중국에서 실패한 게 아니다. 중국은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영국 1위 유통기업 테스코, 미국 전자제품 1위 전문점 베스트바이 등 수많은 유통업체가 중국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다. 월마트, 카르푸 등도 현지 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에 앞서 한국 이마트도 지난해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해외 유통기업에 배타적인 현지 문화, 중국 정부의 자국 유통기업 지원, 온라인 쇼핑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다. 롯데는 여기에 더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의 불매 운동까지 겹쳤었다.국내와 달리 ‘거상’으로 불리는 중국 현지 대형 도매상이 상품 공급을 꽉 잡고 있는 탓도 있다. 이들 거상을 통하지 않고선 매장에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에 갔더니 상품이 별로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큰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거상이 브랜드 입점부터 물류, 배송까지 좌지우지한다”며 “해외 유통기업은 초기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고 했다.베트남·인니 등에선 확장 나서롯데는 중국 유통사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롯데는 베트남 내 호찌민, 하노이 두 곳에서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도 13개나 있다. 이달 초엔 롯데면세점이 베트남 휴양지 나트랑(냐짱)에 베트남 2호 매장을 열었다. 작년 다낭공항점 오픈에 이은 것이다. 시내면세점 신규 출점도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선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점 한 곳과 46개의 롯데마트, 롯데슈퍼를 운영 중이다. 100개 이상으로 롯데마트(슈퍼 포함) 점포 수를 늘리는 게 목표다.내년 상반기에는 몽골 시장에 진출한다. 몽골 유통기업 노민홀딩스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롯데마트 몽골 1호점을 울란바토르에 내기로 최근 결정했다. 롯데마트 자체상표(PB) ‘온리프라이스’ ‘요리하다’ 등도 몽골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수출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해외 유통 부문에선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롯데가 중국에서 백화점사업을 접는다. 작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감소한 매출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마트 매각에 이어 백화점까지 전부 철수하면 롯데는 중국 내 유통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백화점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8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연 지 10년 만이다. 영업 중인 다섯 개 점포 가운데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톈진 두 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이 우선 철수 대상이다. 임차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아 영업권을 다른 기업에 양도하거나, 중도해지 등을 저울질 중이다.나머지 두 곳인 선양점과 청두점은 백화점뿐 아니라 다른 시설물도 함께 있는 복합몰의 일부분이어서 일단 영업을 하기로 했다. 선양점의 경우 백화점을 제외한 테마파크, 호텔 등 다른 ‘롯데타운’ 시설물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완공한 뒤 팔거나, 백화점 자리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을 모두 철수할지, 한 곳 정도는 남겨 놓을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매각·폐점도 한두 달 안에 완료하기로 했다. 롯데는 사드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110개 매장 중 96개 점포를 운영 중인 화동법인과 화북법인은 지난 5월 매각했다. 남은 14개 점포는 쪼개서 매각하거나 폐점할 계획이다. 롯데는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선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의 유통 매장을 확장하기로 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