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료 누진제’의 보완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성택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전기요금 걱정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2016년 말 개편한 누진제를 추가로 보완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철폐하라”는 민원이 360여 건 올라왔다.

박 국장은 “2년 전 누진제 개편으로 요금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했는데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시적으로 요금을 깎아달라는 요청도 있는데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요관리를 위해 누진제보다 더 전향적인 제도가 있을 것”이라며 “주택용에도 계시별 요금을 도입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따라 책임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전기요금 부과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등 3개로 단순화하고 시간대 역시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등 3개로 나눠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이다. 산업용과 일반용(상가 등 상업용)에는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주택용의 경우 가구별 실시간 전력량을 확인하기 어려워 도입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실시간 전력 사용량과 요금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를 2020년까지 전국에 보급하면 계시별 요금제 시행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계속 빗나갔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다시 예측하기로 했다. 지난 2주간의 전력사용 패턴과 이상 기온, 냉방 수요가 전력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 분석해 다음달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발표할 방침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