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보다 임대료와 본사 가맹료가 문제라고요? 해마다 인건비 부담이 50만원씩 늘어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인건비 빼면 月수입 173만원… "알바 220만원보다 더 적어"
29일 만난 서울 강북구의 한 편의점주 A씨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대료와 가맹료 부담이 크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대료와 가맹료는 내가 선택해 계약했지만 최저임금은 안 주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경기 침체로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높았던 임대료 부담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지만 최저임금은 2년째 두 자릿수 인상이 결정돼 영세 업주에게는 폭탄과도 같다”고 했다.

A씨가 지출하는 인건비 총액은 월 434만원. 작년 372만원에서 1년 만에 60만원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A씨가 손에 쥐는 수입은 월 282만원에서 올해 월 220만원으로 줄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주휴수당 포함 1만20원)을 적용하면 인건비는 월 481만원, A씨 수입은 월 173만원이 된다. A씨가 다른 편의점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똑같은 시간 일하면 벌 수 있는 돈(220만원 이상)에 훨씬 못 미친다.

A씨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근무를 마치면 인근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 간병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종종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인건비가 오르면서 휴일이 사라졌다.

A씨의 편의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편의점일수록 최저임금 인상 피해를 오히려 더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가보다 번화가 편의점주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주택가 편의점에선 마진율이 30~40%에 달하는 도시락과 과자, 음료 등이 많이 팔린다. 하지만 번화가 편의점의 판매 1위 품목은 마진율이 4%에 불과한 담배다. 주택가 편의점의 담배 판매 비중은 30%대지만 유흥가에선 최대 50%에 달한다.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낮은 유흥가 편의점 중 상당수가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출점 경쟁이 시작된 2013년 이후 창업한 점주들의 5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부터 ‘편의점 폐업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본사가 지원한 인테리어 비용과 지원금 등을 배상해야 한다. 서울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당장 장사를 접고 싶지만 위약금 때문에 올해 말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라며 “최저임금이 계속 급격하게 인상되면 서울시내 편의점 수는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을 창업하기로 한 예비 창업자들이 계약을 파기하거나 보류를 통보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창업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GS25 본사는 지난 24일 자사 편의점주들에게 보낸 ‘경영주 소개 포상비 프로모션 안내’ 공문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경영주님 소개를 부탁드린다”며 소개한 예비경영주가 면담을 통과하면 1인당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