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61)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모기업 임원이 계열사로 이동하면 낙담하거나 퇴사를 염두에 두고 업무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 회장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계열사에서 근무할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을 배우게 됐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
최 회장은 2008년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으로 부임한 뒤 친분을 쌓기 위해 임원이 모이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건설업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2014년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팀장 이상 부장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소통했다. 조직 변동이나 그룹사 이동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 회장은 평소 회사 후배들에게 “해바라기처럼 선호하는 조직과 자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첫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다. 2015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는 철강 업황 부진 속에 정준양 전 회장의 무리한 자원개발업체 인수합병(M&A)까지 겹치면서 포스코가 2010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시기였다. 그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에 나섰다. 포뉴텍, 포스코LED 등 비핵심 계열사와 다른 기업 주식 및 유휴 부동산을 과감하게 매각했다. 최 회장 주도로 정 전 회장 시절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181개이던 해외 계열사는 124개로 줄었다. 7조원가량의 재무개선 효과도 거뒀다.

구조조정의 메스만 들이댄 건 아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현지 철강사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포스코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해외법인의 체질을 개선시킨 게 대표적이다. 2015년 4억2000만달러 적자를 낸 해외생산법인 영업이익은 지난해 3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최 회장은 지난 2월부터는 2차전지(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 뛰어들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은 감사·재무 전문가이면서 건설과 무역, 2차전지 등 비(非)철강사업 경험도 풍부하다”며 “‘철강 그 이상의 100년 기업’을 목표로 한 포스코 회장에 딱 맞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