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금감원 권고에 "지급 근거 불명확…법원 판단 따라 결정해야"
'최저보증이율시 예시금액' 만큼 지급…10억 기준 월 156만원이 하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 5만5천명에게 '미지급금'으로 언급되는 4천300억원을 모두 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다만 '최저보증이율(연 2.5%)시 예시금액'에 못 미치는 연금액이 지급된 경우 차액은 주기로 했다.

총 37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권고 금액의 1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줘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고객 보호'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 권고를 26일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이 같은 내용으로 수정 의결했다.

사실상 부결이다.

이사회는 "동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다만 "법원 판단과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

'법원의 판단'은 피소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지급액이 불만족스러운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서 법리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권고한 형태의 일괄지급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삼성생명이 받은 외부 법률자문이다.

삼성생명은 납입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뗀 순보험료에서 만기환급금을 위해 쌓는 준비금을 공제하고, 이 금액에 공시이율 예상치와 최저보증이율을 각각 곱해 매월 연금액을 가입자에게 예시했다.

실제 지급액이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예시액보다 적은 경우 차액을 메워주겠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촉발된 강모씨의 민원을 예로 들어 "원금 10억원이 아닌 순보험료 9억4천만원에 2.5%를 곱해 12로 나눈 196만원에서 준비금을 뺀 156만원이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강씨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심했던 2016년 10월∼2017년 9월에 월 138만원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156만원과의 차액인 18만원에 12개월을 곱한 216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애초 그는 매월 208만원(10억원×2.5%/12)을 요구했지만,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차액 환급은 5만5천명에게 대부분 적용될 전망이다.

개별 가입자가 받을 금액에 대해 삼성생명은 "자세히 산정해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회의를 열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삼성생명이 지급할 차액은 약 370억원가량일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방안'에서 즉시연금 과소 지급으로 발생한 분쟁에 대해 '일괄구제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괄지급 거부… 4300억 중 370억만 지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