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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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플라스틱컵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이런 손님들과 매번 싸우라는 얘기인가요?" 서울 중구 'A'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B씨는 최근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에겐 플라스틱컵을 제공하지 말라는 본사의 지침 이후 손님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 플라스틱컵으로 음료를 받은 손님들은 잠시라도 매장에 머물러선 안되기 때문이다. B씨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잠시 앉아 있어야 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1회용 플라스티컵을 원한다"며 "손님한테 바로 나가라고 요구할 수 없는 데다 이런 경우도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알고 있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에게 1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본사가 과태료를 부담해야 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무책임한 지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환경부가 과태료 부과에 대한 정확한 기준 없이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컵 사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현장 직원과 소비자 간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는 이미 "1분도 안 된다"는 입장을 커피전문점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1회용컵 사용 자제 이행 실적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지난달부터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 1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했는지,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지침을 언급했는지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8월부터 본격적인 현장 점검에 나서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 최대 200만원을 부과한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하나로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이디야커피 등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21곳과 1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자율협약'도 맺었다. 이 때문에 커피전문점들은 전국 직영점과 가맹점에 플라스틱컵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이다.

'C'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은 "금방 매장을 나갈 거라며 플라스틱컵으로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나중에 나갈 때 다시 바꿔줄 테니 우선 머그컵으로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고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D' 커피전문점의 직원은 "플라스틱컵을 들고 매장에 잠시 앉아 있는 손님에게 가서 당장 나가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과태료를 매장에 부과할 것이 아니라 손님한테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은 "플라스틱컵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인데 어차피 머그컵으로 제공해도 나중에 들고나가야 한다며 플라스틱컵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매장 입장에선 플라스틱컵 사용은 줄지 않고 설거지만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 내 손님에게 플라스틱컵을 제공하는 행위는 이미 불법이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을 쓰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이를 강화해 정부가 실제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매장 직원들과 소비자 간 간극이 생기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중구·34)는 "점심식사 후에 커피전문점에 오게 되면 플라스틱컵에 받아서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회사로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차피 머그잔으로 받으면 나갈 때 플라스틱컵으로 바꾸게 되는데 번거로워 아예 1회용컵에 받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들은 플라스틱컵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개인컵을 가져올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거나 강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탐앤탐스는 지난달부터 손님이 개인컵을 가져올 경우 300원을 할인해주기로 했고, 이디야커피도 200원을 덜 받는다. 폴바셋은 500원을, 엔제리너스커피는 기존 300원 할인해주던 것을 400원으로 늘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