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카드·금투·생명도 해외 진출 박차… 글로벌 순익비중 20% 목표"
“신한금융은 항상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신한의 슬로건인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리딩금융그룹’의 입지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사진)은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변화가 가득한 ‘뷰카(VUCA)’시대를 맞아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신한금융그룹으로 이끌 수 있는 경영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한 88개 핵심과제를 수립한 뒤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신한금융이 작년 한 해 동안 거둔 순이익 규모는 2조9179억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도 1조795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성과에 대해 “은행뿐 아니라 금융투자, 자산운용, 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폭이 두드러진다”며 “그룹의 경상이익 규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20 프로젝트’는 신한금융 ‘내비게이터’

조 회장은 신한금융만의 차별화된 기업문화가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면 전략이 중요하지만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기업문화가 마이너스면 성과가 작아진다”며 “기하급수적인 성과창출과 성장을 위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지금까지 신한금융은 고객만족경영을 비롯해 인터넷뱅킹, 무인점포 등 업(業)을 선도하는 수많은 표준을 제시해왔다”며 “한발 앞선 행보 덕분에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뷰카시대를 맞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목표점을 알려주는 내비게이터(navigator)가 반드시 필요한데 ‘2020 스마트 프로젝트’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을 향한 신한금융의 내비게이터”라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동력은 ‘글로벌 신한’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꼽았다. 신한금융은 작년 은행, 금융투자, 생명, 카드 등 그룹사를 묶어 글로벌 매트릭스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사업 역량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는 저성장·저금리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돌파구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시장밖에 없다는 조 회장의 판단에서다.

작년 말 기준 신한금융에서 거둔 글로벌 순이익은 2069억원이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에서 거둔 글로벌 순이익은 2350억원에 이른다. 그룹과 은행에서 낸 글로벌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8.3%, 30.8% 증가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률이다.

조 회장은 “2020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손익 비중을 20%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작년 역대 최대 글로벌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면서 목표치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 등 비은행 그룹사들의 글로벌 신규 진출을 통해 그룹 관점에서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조 회장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오가닉(Organic)과 인오가닉(Inorganic)이란 ‘투 트랙 전략’을 글로벌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는 그룹사는 비즈니스 모델 강화, 그룹사 간 시너지 극대화, 디지털 부문 강화, 자체 역량 확보 등 네 가지의 ‘오가닉 전략’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나가는 ‘인오가닉 성장’을 구사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작년 말 안즈(ANZ)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 입지를 구축했다. 또 연초에는 신한카드가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 회장은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가 처음 해외에서 진행한 대형 M&A”라며 “글로벌 매트릭스 사업부문이 이뤄낸 성과로 향후 신용카드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원 신한(One Shinhan)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글로벌 큰손 찾아다니며 직접 IR”

조 회장은 작년 5월부터 매달 글로벌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 연기금들과 글로벌자산운용사를 찾아 직접 기업설명회(NDR)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호주 등의 해외 투자자 및 글로벌 기업을 찾아 신한금융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날아가 아부다비투자청, 싱가포르투자청, 말레이시아 근로자공제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를 만났다. 조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설명하니 신한금융을 한번 더 들여다보고 신뢰하는 것 같다”며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 회장은 중장기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역량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작년 6월 미국 아마존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Strategic Collaboration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는 일본의 미즈호 금융그룹과도 제휴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미즈호 금융그룹은 총자산 기준 세계 13위(2016년 말 기준)로 세계 38개국에 진출해 있다. 조 회장은 “디지털,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성장 유망 분야에서 양 그룹이 신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