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곳간 채워야 정책지원"…수익성 개선, 증자 기대감 내비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을 두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24일 "파업이라는 불상사가 없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대우조선이 정상화 기반을 닦았다고 확신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이성적으로 판단해 파업을 안 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과 금년 흑자가 조금 나왔다고 안도할 정도는 아니다.

금년 목표 수주량을 달성한다고 하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주하겠다고 하는데, 그 이후가 안정됐다고 보기에도 시기상조"라며 "조선업은 앞으로 2∼3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대우조선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자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세금 13조원이 투입된 것과 맞물려 각계에서 비판이 일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노조가 자신들만 고통을 겪은 것처럼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고통을 무산시키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국GM 신설법인 설립과 관련해 "지난 19일 미국 본사 이사회에서 거론됐다고 들었다"며 "이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요청서를 GM에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GM본사는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정상화에 나섰다.

그는 GM 본사가 약속한 신규투자는 "당연히 모니터링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행동을 취할 예정"이라며 "GM 문제는 길게 봐 달라. (한국 잔류를 약속한) 10년 뒤 한국GM만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가 좋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에 걸친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계획은 그동안 우리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만들지 시간을 번 것"이라며 "국가적·산업적 측면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지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과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엄청난 손실이 났는데, 그 손실에 정부에서 단돈 1원도 지원을 안 해줬다"며 "비워진 곳간을 채워야 은행이 튼튼해지고, 그래야 정상적인 지원업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혁신성장'에 맞춰 기업들을 지원하려면 자금 여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과거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탓에 지원 여력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고 금고를 열어보니 금고가 텅텅 비어 정책(금융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증자) 요청은 하고 있지만, 재원이 한정돼 있고, 정부에서 준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협조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산업은행 스스로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출로 시작해 CIB(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결합)로 연결해 상장까지 시켜주는 프로그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회장 "대우조선 파업 않기를… 정상화는 시기상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