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가동' 논란은 오해"…2030년에도 원전 역할 중요

정부가 올여름 전력수요 피크에 맞춰 일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서두르면서 탈(脫)원전을 해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동안에는 있는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정부가 결국 원전에 의존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나섰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원전을 가동하지 않고서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기 힘들다.

원전이 2017년 기준 전체 발전설비의 19.3%(22.5GW)를 구성하고 있어서다.

실제 발전량으로 따지면 약 30%가 원전이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당장 줄이는 게 아니라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발전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급격히 줄이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기에 당초 정부 정책에도 없었다.

현 정부에서 사라지는 원전은 월성 1호기(0.68GW)뿐이다.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이 완공되면 원전은 2017년 22.5GW에서 2022년 27.5GW로 오히려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원전은 2030년 여전히 전체 발전설비의 11.7%(20.4GW)를 차지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원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5일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정비 중인 원전이 작년 여름보다 2대 줄어 공급이 증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탈원전 반대 진영을 중심으로 정부가 전력이 부족하자 서둘러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기적인 정비를 마친 원전을 다시 전력생산에 투입하는 게 마치 탈원전 차원에서 폐쇄한 원전을 전력 부족 때문에 재가동하는 것처럼 비친 것이다.

이 논란의 발단은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에서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 시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차) 이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 전에 다시 가동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를 피해 정비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치겠다는 취지였지만, 한수원의 발표는 폭염에 따른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 정비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이해됐다.

산업부는 이런 인식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원전 정비는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부터 이미 정비일정이 계획됐고 최근 인위적으로 정비일정을 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원전을 포함한 모든 발전소는 최대전력수요 기간에 최대한 가동할 수 있도록 정비일정을 조정하는 게 원래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력 부족에 대한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최대전력수요 전망이 빗나가고 있어서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3일의 최대전력수요는 정부 예상보다 240만kW 많았다.

최대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쓴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수요를 의미한다.

정부는 1년에 몇 번 안 되는 최대전력수요만을 위해 발전소를 과다하게 짓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대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해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정전으로 돌이키기 힘든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폭염이 다시 지핀 탈원전 논란… 원전 없어도 전력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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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