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34농가 7만1천29마리 죽어…내달 초까지 비 소식 없어 피해 늘 듯
"이런 무더위 16년만에 처음" 가축 폐사 급증 농가 '초비상'
30도를 훌쩍 넘는 붙볕 더위가 13일째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가 속출,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가마다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선풍기를 돌리고 물을 뿌려주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청주·보은·옥천·영동에 폭염 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13일째 충북 전역에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현재 충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폭염이 이어지자 가축 폐사도 급증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도내 34 농가 가축 7만1천29마리가 폐사했다.

더위에 약한 닭 7만934마리(28 농가), 돼지 95마리(6 농가)가 죽었다.
"이런 무더위 16년만에 처음" 가축 폐사 급증 농가 '초비상'
시·군별 피해 농가는 음성 12 농가, 진천 11 농가, 충주 6 농가, 청주 2 농가, 괴산·증평·단양 1 농가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6일까지 13개 농가 가축 1만6천959마리가 폐사한 것보다 4.2배 증가한 것이다.

최근 들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가 급증한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며 "축사 지붕에 물을 끼얹거나 선풍기를 가동하고 가축에 물을 직접 뿌려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염이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열흘 뒤까지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중기예보'를 보면 내달 1일까지 전국에 비 소식이 없다.

이 전에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릴 수는 있지만, 뜨겁게 달궈진 지표면을 식힐 만한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질 가능성은 작다.

박재철(63) 충북양계협회 회장은 "16년째 육계를 키우고 있는데 올해 같은 무더위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닭에 물을 뿌리고 안개 분무를 해달라고 농가에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폐사한 닭을 처리하는 것도 농민을 힘들게 한다고 전했다.

길이 80∼100m의 축사에 들어가 폐사한 닭을 일일이 손으로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축사에 있는 닭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때문에 리어카를 끌고 갈 수 없다.

박 회장은 "이런 방법으로 폐사한 닭 2천여 마리를 치우면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된다"며 "조류인플루엔자(AI)도 견뎠는데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때문에 축산 농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덧붙였다.

온열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무더위 16년만에 처음" 가축 폐사 급증 농가 '초비상'
지난 16일까지 21명에 그쳤던 도내 온열 환자는 지난 21일 현재 59명으로 증가했다.

열 탈진 26명, 열사병 24명, 열 경련 5명, 열 실신 3명, 기타 1명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폭염이 지속하면서 온열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하루 3∼4차례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마을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건강관리에 신경써달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