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존심이다. 에스프레소 문화의 ‘원조’라는 명성 때문에 여태 스타벅스에도 매장을 내주지 않았다. 모리나리, 일리, 라바차 등이 이탈리아 3대 커피 브랜드다. 이 중 두 개의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알린 사람이 있다. 카페 모리나리를 운영하며 커피 원두를 국내 주요 호텔과 골프장 등에 공급하는 김광옥 신양엔터프라이즈 대표(64·사진)다.

"파바로티가 사랑한 커피 '모리나리'… 이탈리아 셰프의 정찬과 맛보세요"
김 대표는 20여 년간 이탈리아 커피 한우물만 팠다. 1995년 일리 커피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신라, 하얏트, 힐튼, 파라다이스 등 특급 호텔에 공급하며 ‘일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최고급 에스프레소 기기인 ‘라 심발리’ 등을 독점 공급하며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문화를 확산시켰다. 2000년부터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브랜드 모리나리를 들여왔다.

김 대표는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모리나리는 1800년대 사보이 왕국에 발사믹 식초를 독점 공급했고, 1911년부터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비옥한 지역 모데나에서 200년 넘게 가업을 이어온 정신이 커피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말했다.

모리나리의 커피는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마신 커피로도 유명하다. 김 대표는 “누룽지처럼 구수한 뒷맛 때문에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모리나리의 커피를 잊을 수 없다”며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 질소캔 커피, 인스턴트 커피는 물론 에스프레소 기기에서 바로 추출할 수 있는 캡슐 커피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독점 계약하면서 모리나리 본사는 김 대표의 아이디어를 받아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전자동 커피머신과 소포장된 원두, 캡슐 커피 등이 김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2010년부터는 서울 회현동의 4층 규모 본사 건물을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했다. 1·2층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3층은 쿠킹클래스와 커피 클래스가 열리는 아카데미로, 4층은 루프톱 가든으로 꾸몄다. 이 건물은 예술가와 주한 이탈리아 대사 등 유명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모데나 지역의 명물인 발사믹 식초와 호두주인 ‘노치노’, 꿀과 와인 등의 유통도 시작했다. 그는 “20여 년 전 에스프레소를 처음 들여왔던 그 마음 그대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우수한 식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싶다”며 “모데나 지역 출신 이탈리아 셰프가 요리하는 이탈리아 정찬과 최고의 커피 한 잔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