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금리 등 3대 경제 지표에서 한국과 미국의 역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인구 6배, 국내총생산(GDP) 12배인 미국이 감세 효과를 앞세워 질주하면서 ‘최저임금발 고용쇼크’를 겪고 있는 한국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가 20만7000명(계절 조정치)으로 전주보다 8000명 감소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69년 12월(20만2000명) 이후 48년6개월 만에 최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22만 명을 밑돌았다. 인구가 6분의 1 수준인 한국의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지난달 7만5000명에 달한 걸 감안할 때 미국 노동시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다. 크리스 럽스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질주하는 美 경제… 성장률·일자리·기준금리 모두 한국 추월
◆성장률 4% 육박

오는 27일 발표될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3% 후반~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 개선과 감세로 소매판매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8일 “미국의 성장률이 한두 분기 동안 4%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조사 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은 3%를 넘을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노무라는 상반기 2.7%인 성장률이 하반기엔 3.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2015년 하반기부터 꺾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감세 기대 등을 토대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내리자 올 상반기 기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 넘게 증가했다. 감세가 투자를 이끌어내고,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커들로 위원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세제 개편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고용쇼크와 설비투자 증가율 하락 전망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시작된 1962년 이래 미국에 추월당한 적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 제2차 오일쇼크에 정변까지 겪었던 1980년(한국 성장률 -1.5%)과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6.9%)이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

지난 5월 3.8%로 떨어졌던 미국의 실업률은 6월 4%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에 지난달 60만1000명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노동시장 참여율이 0.2%포인트 높아진 62.9%로 올라가서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예상을 넘는 21만3000명에 달했다.

올 1~6월 평균 실업률은 4.0%였다. 미 중앙은행(Fed)은 연말 실업률이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올 상반기 한국의 평균 실업률은 4.1%로 미국보다 높았다. 실업률이 지난 2월 4.6%, 3월 4.5%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4월 4.1%, 5월 4.0%, 6월 3.7%로 개선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난달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만6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 올해 두 번 더 올릴 듯

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75~2.0%로 인상하자 한·미 금리 차는 0.5%포인트로 커졌다. 미국이 예고대로 올해 추가로 두 번 더 올리면 금리 차는 1%포인트까지 확대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2일 “미국 경기가 여전히 강하다”며 “최선의 길은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고용대란에 경기까지 식고 있어 금리를 올릴 환경이 못 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는 등 작년 11월30일 이후 8개월째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