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구조조정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판매 부진에서 시작된 위기가 부품업계에 퍼지면서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1년 넘게 고전해온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자동차 및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851곳 중 절반가량이 올 1분기(1~3월) 들어 적자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공업, 평화산업, 화신 등 알짜 부품사 상당수도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업계에선 올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품사들이 경영난에 빠진 주된 원인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 악화에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내수시장에선 수입차 공세에 밀리면서 위기가 부품업계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과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이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한계에 부닥친 기업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 리한이 지난달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부터 자금난에 빠진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결함 시정) 요구까지 받으면서 주저앉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 자동차 부품업계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이 어음 할인이나 신규 대출을 거부하는 등 ‘돈줄’을 죄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공장 등 설비를 정리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들이 흔들리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협력업체가 직접 고용한 인력만 35만5000명에 이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