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나트륨 가로등, LED 전구와 기존 가로등 활용, LED 가로등 신규 설치 사례.
왼쪽부터 나트륨 가로등, LED 전구와 기존 가로등 활용, LED 가로등 신규 설치 사례.
#한 지방자치단체는 노후된 기존 나트륨 가로등을 고효율 LED(발광다이오드)등으로 교체했다. 에너지 절약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을 앞세웠다. 문제는 교체 과정. LED 가로등을 도입하면서 기존 가로등을 통째로 철거한 뒤 새 LED 가로등을 설치한 것이다. 상당 기간 더 사용할 수 있는 가로등 수천개가 폐기됐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 지자체가 이처럼 나트륨 가로등을 LED 가로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가로등 323만개 가운데 약 16%가 LED 가로등으로 바뀌었다. LED 가로등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효과를 낸다는 명분을 들었다.

탈원전 정책 기조와 맞물려 LED 가로등 도입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는 추세다. 단 수명이 남아있는 가로등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소모되는 에너지, 환경오염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가로등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LED 조명의 특성 때문이다. LED 조명은 제한적 크기에서 높은 출력을 내기 어렵다. 기존 나트륨 조명보다 발열이 심하다. 회로기판과 방열판을 함께 부착해 열을 배출해야 하므로 전구만 교체하는 게 아니라 가로등 전체를 바꾸고 있다.

가로등 조명은 가정용 조명보다 20배 이상 밝다. 기존 가로등 조명을 대체하려면 5000~2만루멘(lm/W)의 밝기를 내야 한다. 광량을 맞추기 위해 출력을 높이면 자연히 발열도 심해진다. LED 광효율이 100~150lm/W임을 감안하면 출력을 50~150W로 높여야 하고, 방열판 무게도 5kg으로 늘어난다. 기존 가로등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4년 공공 조명을 2020년까지 100% LED 조명으로 교체하겠다고 고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로등을 그대로 활용하려면 LED 전구 무게가 나트륨 전구와 비슷한 500그램 수준으로 줄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의 공공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비용을 30조~5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전구만 교체할 수 있다면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로등 전구만 LED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립승화원의 가로등을 LED로 전량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가로등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구만 LED 전구로 바꿔 예산을 크게 절감했다.
통째로 바꾸는 LED가로등 교체사업, 에너지 절감 맞나?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채택한 LED 전구는 LED와 회로기판을 일체형으로 제작해 발열량을 줄였다. 소비 전력도 동일 광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광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밝기는 1만9500lm까지 지원하고, 7만5000시간(약 3년) 보증도 제공한다고 공단 측은 귀띔했다.

해당 전구(비타민전구)를 제작한 비케이테크놀로지(BKT)는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육성 칼시드(CalSEED) 프로그램 경선에서 전세계 338개 벤처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한 한국의 강소기업이다. 올 3월에는 LED 조명 최초로 IR52장영실상을 받았다. 조달청과 제3자 단가계약을 체결해 비타민전구는 관급자재로도 등록됐다.

이동우 BKT 대표는 “비타민전구는 기존 가로등의 거치대와 등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제품비와 설치비까지 포함한 일반 LED 조명 대비 비용이 56~88% 저렴하다”면서 “설비를 모두 바꿔야 하는 사용불가 수준의 노후 가로등이 아니라면 전구만 교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타민전구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기존 관행대로 가로등 전체를 폐기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며 “관급자재로 등록돼 정부 인정도 받은 만큼 많이 활용돼 지자체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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