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정책 수립' 묵살 땐 곧바로 '중점관리' 지정…주주제안권도 행사
국민연금, '저배당·무배당' 기업에 압박 수위 높인다
국민연금이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해달라는 요구에 묵묵부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체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려 압박하는 등 한층 강화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지침) 세부지침 초안을 만들어 오는 17일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친 뒤 이달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의 배당정책은 국민연금의 기금 수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 131조5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상장사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은 18.3%로, 영국(65.4%), 독일(40.8%), 미국(38.9%)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대만(57.2%), 인도네시아(41.7%), 브라질(38.4%), 중국(32.3%) 등 상당수 이머징 국가보다 낮다.

수익성 제고에 신경을 쓰는 국민연금은 매년 시총 5천억원 이상, 배당성향 하위 10% 중 배당 비율이 낮거나 배당정책이 없는 기업 4∼5개를 골라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업과의 대화'에 1년을 쓰고, 개선이 없으면 '비공개중점관리기업'에 올리는 데 1년, 그런데도 개선이 없으면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는 데 1년 등 다음 단계 이행에 기계적으로 1년씩이 소요됐다.

또 다른 주주가 요청할 때만 주주제안 참여를 검토하는 등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시행되면 '블랙리스트' 공개에 속도가 붙는다.

국민연금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1년의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비공개·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다.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받는 기업도 한해 8∼10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필요하면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배당정책 요구에 3년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을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한 바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자 모범규범으로 국민연금 등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 '저배당·무배당' 기업에 압박 수위 높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