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확정됐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29.1%나 올랐다.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하루치 임금)을 포함하면 실제 최저임금은 1만20원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1만원대’에 사실상 도달했다.

2년새 29% 뛴 최저임금… '乙의 고통' 되레 커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열린 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다. 사업주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전원(9명)이 빠진 채 근로자위원 과반(5명)과 친(親)노동 성향 공익위원(9명)만이 참석해 표결로 처리했다. 경제 주체의 한쪽 의견은 배제된 ‘기울어진 결정’인 셈이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10% 넘게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인상액(820원) 기준으로는 지난해(1060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최저임금 인상은 법 취지대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개선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2%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에다 악화하고 있는 고용지표 등 기초 체력을 고려할 때 2년 새 30%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최저임금 영향이 큰 영세 중소기업과 편의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혜택도 못 받는 데다 2년째 두 자릿수 인상에 따른 인건비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인건비 감당이 버거운 사업주는 채용을 안 하거나 직원을 줄이는 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되레 ‘을(乙)’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번 인상으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최대 50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임금 근로자(2024만6000명) 4명 중 1명이 최저임금 대상이라는 얘기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