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는 이례적으로 통상 이슈가 가장 앞부분에 언급됐다. 그린북 첫 번째 장에 나오는 ‘경기 종합평가’는 두 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1번 항목은 국내 소비 및 투자, 2번 항목은 글로벌 경기나 통상 등 대외 이슈로 채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그린북 1·2번 항목에는 모두 통상 관련 내용이 들어갔다. 1번 항목에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들어간 “우리 경제에 회복 흐름이 이어진다”는 표현이 이번에도 쓰였지만 뒤이어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2번 항목에도 “글로벌 통상 마찰,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국제 유가 상승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썼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진단 보고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종합평가 두 개 항목이 모두 통상 관련 내용으로 채워진 것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며 “김 부총리는 미·중 무역갈등을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미·중 통상분쟁이 한국의 수출 및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 것에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21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2억9000만달러, 대미 수출은 6000만달러 줄어드는 데 불과하다”며 “연관 산업의 생산 위축 규모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0.05%인 8억달러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김 부총리는 12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중 통상갈등이 심해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과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하방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산업부의 진단을 뒤집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