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당초 정해진 이율보다 연금을 적게 지급해 논란을 빚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시연금 관련 피해자를 일괄구제하겠다고 밝혀 생보사들은 1조원을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보험사는 회사마다 소비자와의 분쟁 내용이 다른데 일괄구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대상은 5만5000명, 지급해야 하는 돈은 4300억원가량으로 추정됐다. 한화생명은 850억원, 교보생명은 700억원가량으로 관측됐다. 이들 생보 ‘빅3’를 비롯한 생보업계 전체로는 총 16만 명, 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향후 추가 민원 제기까지 감안하면 생보업계가 지급해야 하는 미지급금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일괄구제 제도를 통해 피해를 본 모든 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일시금으로 낸 보험료를 운용해 일정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주고, 만기 때 원금을 모두 돌려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당초 약속한 최저보증이율(약 1.5~2.5%)에 못 미치는 연금을 매달 지급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을 심사한 결과 만장일치로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은 분조위 결정이 나온 지 석 달 뒤인 지난 2월 조정 결과를 수용했다. 분조위는 지난달 20일 한화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에서도 “삼성생명과 같은 경우”라며 미지급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미지급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윤 원장이 지난 9일 즉시연금에 대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힌 것도 미지급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보험사들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하순께 열리는 이사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형 생보사는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따라 미지급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보험사마다 약관이 조금씩 다르고 최저보증이율보다 적게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괄구제 방침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강경민/서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