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도축 금지법’이 난데없이 농림축산식품부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여당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농식품부가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김현수 차관 주재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조회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의견 조회를 마치는 대로 동물보호법 소관 부처로서 법안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낼 계획이다. 의원 발의 법안이라 하더라도 소관 부처의 찬성 의견이 담긴 검토보고서가 제출되면 국회 통과가 더욱 수월해진다.

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도살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 도살을 규제하면서 ‘잔인한 방법을 사용할 때’ 등 추상적인 문구를 써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표 의원 등의 의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식용 목적의 개 도축도 전면 금지돼 전국 보신탕집이 문을 닫아야 한다.

농식품부가 이런 민감한 법안에 개입한 데는 유력한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이개호 민주당 의원과 연관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농해수위는 (개를) 반려보다는 팔아먹는 데, 잡아먹는 데 중점을 두는 곳이다” “개도 똥개가 있고, 요크셔테리어와 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 등 발언으로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은 결국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반려동물 문화를 비하하거나 동물 생명 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럼에도 이 의원의 농식품부 장관 내정설이 돌자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의원의 장관 임명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동물보호법 관련 업무를 농식품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할 것을 촉구했다. 관가에선 농식품부의 개 도축 금지법 지원사격이 곤경에 처한 ‘이 의원 구하기’ 차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임도원/이태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