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한빛테크랩 사장(왼쪽)과 장동혁 태영정밀 사장(앉은 이),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유산소운동기구’를 시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승준 한빛테크랩 사장(왼쪽)과 장동혁 태영정밀 사장(앉은 이),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유산소운동기구’를 시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봄 주민공모전을 열었다. 구민 삶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제품이 공모 대상이었다. 영등포구에서 ‘만드는 것’이라면 자신 있다는 문래동의 작은 공장 ‘사장님’들이 모였다. 이들 중 한 명이 장애인용 운동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비만율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이승준 한빛테크랩 사장과 장동혁 태영정밀 사장, 디자이너 문승영 씨 등이 공동으로 만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유산소운동기구’는 이렇게 나왔다. 금속봉 위에 휠체어를 장착한 뒤 레버를 올리면 봉과 휠체어 바퀴가 고정된다.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면 바퀴가 헛돌면서 장애인 혼자 운동할 수 있다.

이들뿐 아니다. 문래동 사장님 41명이 6개 팀을 구성해 협업제품을 개발했다. 오는 19일 서울 당산역 부근 영등포도시재생홍보관에서는 제품 전시·품평회가 열린다. 고속버스나 대형건물 화재 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긴급탈출 유리파쇄기’, 시니어용 맞춤형 지팡이, 안전표시장착 경량보행기, 아리수를 상징하는 디자인의 수도꼭지,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편리한 목발 등을 볼 수 있다.

이 제품 개발에는 선반 밀링 프레스 금형 열처리 목형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과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해당 분야 경력 20~30년에 이르는 금속가공 장인이다. 2세 기업인도 10여 명 포함돼 있다.

문래동 사장님들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업을 통해 단순 임가공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은 “이번 제품 개발과 제작을 계기로 문래동에서 협업문화가 싹트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은 “일본에선 장기 불황의 탈출방법 중 하나로 중소기업 간 협업이 활발하다”며 “뿌리산업 밀집지역인 도쿄 오타구에서 100개 업체가 모여 소형선반, 봅슬레이를 개발한 데 이어 미래 먹거리로 의료기기 및 재활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