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4대 신흥 자동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의 부진을 신흥국에서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국가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현대·기아차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는 이들 신흥 시장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車 '러·브·인·멕' 집중관리 효과 만점
◆4개국서 연 150만 대 팔 듯

11일 각국 자동차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4개 국가에서 올 상반기 64만649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56만8042대)와 비교하면 13.8% 증가한 것이다. 3년 전인 2015년 상반기(49만9785대)와 비교하면 29.3%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인도에서만 27만5136대를 팔았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8.6% 증가했다. 러시아 판매량은 19만8249대였다. 전년 동기 대비 27.3% 늘어난 규모다. 브라질과 멕시코에선 각각 10만3002대, 7만10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 13.8% 늘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들 4개국에서만 연 130만 대 이상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하반기에 자동차 판매량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4개국에서 올해 150만 대 가까이 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127만 대)과 중국(115만 대)의 작년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같은 기존 시장은 통상 이슈 등으로 언제 출렁일지 모른다”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서 차지하는 신흥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도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21.7%에서 23.3%로 1.6%포인트 높아졌다. 멕시코에선 8.3%에서 10.3%로 2%포인트 상승했다. 브라질과 인도에선 지난해 상반기보다 0.7%포인트씩 하락했지만, 이는 자동차 시장 자체가 10% 이상 커져 경쟁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과감한 투자·뚝심의 결과물

현대·기아차의 과감하고 꾸준한 투자가 신흥 4개국 시장의 선전을 이끈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4개국을 ‘브림스(BRIMs: 브라질 러시아 인도 멕시코의 영문 첫 글자를 딴 표현)’라고 부르며 집중 관리해왔다.

러시아가 2014년 유럽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휘청일 때도 현지 생산을 포기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하나둘 러시아 시장에서 손을 뗐지만, 현대·기아차는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러시아 경제가 곧 회복할 것이니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한 결과다. 정 회장 지시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신차를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2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정 회장의 ‘뚝심’이 가져온 결과다.

인도와 멕시코는 빠르고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한 사례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인도에 진출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와 달리 인도 맞춤형 차를 생산해 인기를 끌었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 현재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기아차의 인도 판매량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멕시코 판매량도 기아차가 2016년 공장을 준공한 이후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신흥 4개국 판매량은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