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5년 연속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회사가 수주 부진 여파로 2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해양플랜트사업본부 2600명 임직원들이 일감 부족으로 다음달부터 일손을 놓게 된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 인상만 고집하며 과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00명 일손 놓는 판에… 현대重 노조, 5년 연속 파업
1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오는 13일 군함 등을 만드는 특수선 근로자를 제외하고 7시간 부분파업을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서울 계동 현대빌딩 현대중공업그룹 서울사무소 앞에서 상경 투쟁까지 벌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같은 날 벌이는 ‘총파업 및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월 올해 임금·단체 협상과 관련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14만6746원(7.9%) 올리고, 250%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5~2016년 ‘수주 절벽’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원유와 가스 생산·시추 설비를 제작하는 해양플랜트 공장은 4년째 수주 실적이 전무한 탓에 다음달부터 아예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5000여 명의 유휴 인력에 대한 교육과 순환 휴직을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하청·일반직지회 통합 시행규칙안’까지 통과시켰다. 조합원이 점점 줄어들자 하청업체 노조까지 합해 세력을 늘리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노조의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조 활동 중 해고되면 금속노조가 9개월간, 현대중공업 노조가 3개월간 생활비를 지급하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쌀(일감)이 없어 가족(해양플랜트 조합원)이 굶고 있는데 세계 평화를 위해 아프리카 난민을 돕자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