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뿐 아니라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서도 낮았다.

갈 길 먼 '한국의 웰빙지수'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은 한국을 포함해 23개국에서 조사한 ‘시그나 360˚웰빙지수’(이하 웰빙지수)를 10일 발표했다. 이 지수는 신체건강, 사회관계, 가족, 재정상황, 직장 등 5개 부문 설문을 토대로 산출됐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브라질, 멕시코,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3개국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1만4467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월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국에선 성인 100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한국의 웰빙지수는 51.7점으로 23개국 중 가장 낮았다. 22위인 홍콩(56.8점)과 차이가 컸다. 재정상황(개인 재무) 인식이 43.4점으로 다른 분야보다 매우 낮았고, 사회관계(51.7점)와 신체건강(52.3점) 부문도 낮았다. 국가별로는 터키(57.3점), 대만(57.2점), 홍콩 등이 하위권이었다. 한국은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조사에서도 최하위였다.

한국 응답자가 답한 점수를 연령대별로 보면 35~49세 51.7점, 50세 이상 54.2점, 18~34세 54.8점 등이었다. 시그나그룹은 “부모, 자녀, 배우자 돌봄과 재정적 뒷받침 항목에서 긍정적인 응답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다”며 “30~40대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부담이 커져서 심리적·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5~49세 응답자들은 ‘나이 들어 나를 돌봐줄 사람을 꼽으라’는 질문에 배우자(50%)를 언급하거나 ‘아무도 없다’(26%)고 답했다. 자녀는 7%뿐이었다. 이어 도우미(6%), 의료시설(4%), 친구(3%) 순이었다. 최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이 97%로 23개국(평균 86%) 중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원인은 일(40%), 돈 문제(33%), 가족(13%) 순으로 나타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