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개 주요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를 조사한 결과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이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 등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드러났다.니혼게이자이신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와 ZTE, 하이크비전, 하이얼 등 중국 IT 및 전자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첨단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글로벌 선두 업체가 교체되거나 시장 판도가 뒤바뀌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는 미·중 통상전쟁을 불러온 하나의 불씨가 됐다.◆중국발(發) IT 구도 대격변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를 보면 D램과 감시카메라, 클라우드 서비스 등 7개 IT 분야는 지난해 시장 성장률이 30%를 웃돌았고, 이들 시장에선 한결같이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분야(출하대수 기준)에선 삼성전자(21.6%)와 애플(14.7%)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3~5위를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면서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24.3%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웃돌았다. 화웨이는 점유율 10.4%로 ‘3강 구도’까지 노려볼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5G(5세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동통신 인프라 분야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터줏대감 격인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고 시장 선두(출하액 기준)에 올라섰다. ZTE도 4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구도를 바꿔가고 있다.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감시카메라를 주요 도시에 적극 도입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장악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하이크비전(31.3%)과 다화테크놀로지(11.8%)가 나란히 감시카메라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다.미국 기업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다. 라우터 분야에선 미국 시스코시스템스(61.3%)가 여전히 1위지만 화웨이(15.0%), H3C(4.2%), ZTE(4.2%) 등 중국 기업들이 추격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에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다”며 “세계 1위 기업 분포도에서도 이 같은 변화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과도한 ‘삼성전자 쏠림’세계 1등 품목 조사에서 미국은 일반 의약품(화이자)과 반도체 장비(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2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경제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와 사이버보안(시만텍), 스마트폰 운영체제(구글)에서도 시장을 선도했다. 일본은 이미지센서(소니), 리튬이온전지용 절연체(아사히가세이), DSLR 카메라 및 일반 디지털카메라(캐논) 등 10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개 더 늘어난 수치다. 중국도 8개에서 9개로 1등 품목이 하나 증가했다.하지만 한국은 시장 경쟁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미·중·일이 모두 전년 대비 세계 1위 기업 수를 늘린 데 비해 한국은 전년과 같은 7개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D램, 낸드플래시, 평면 TV,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5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선업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한국 조선 3사가 1~3위를 차지했지만 해당 업종이 글로벌 업황 악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내실이 적다는 분석이다.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27.9%로 1위, 삼성전자가 13.9%로 3위를 기록했지만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도쿄=김동욱 특파원/오춘호 선임기자 kimdw@hankyung.com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전례없는 파격적 의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모디 총리는 10일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는 등 문 대통령의 현지 일정 18개 행사 가운데 11번을 함께했다. 양국 경제계 인사가 참여하는 행사에 두 나라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했을 때도 상대국 정상은 기업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모디 총리는 전날 간디기념관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 갔다. 모디 총리가 외국 정상과 간디기념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9월 시 주석의 인도 방문 때는 리버사이드파크 발전 프로젝트를, 아베 총리 방문 당시에는 뭄바이·아메다바드 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하는 데 그쳤다.모디 총리가 이처럼 지극 정성으로 문 대통령을 환영한 것은 인도 정부의 제조업 및 정보기술(IT) 부흥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디 총리가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인도 진출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모디 총리는 전날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삼성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마다 인도 제조업을 격려해왔다”며 “노이다 공장 준공식이 ‘메이크 인 인디아’ 운동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했다. 행사 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전자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에서 진출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삼성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기업이자 인도 사회 각계각층의 사랑을받는 기업”이라고 남겼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다른 대기업도 대통령 메시지 '촉각'…검찰 압수수색에 "별개 사안"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중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고용과 투자 확대를 직접 당부하면서 삼성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일견 격려의 인사말을 겸한 원론적 당부로 받아들여지지만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10일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및 경력사원 공채를 늘리는 한편 국내에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주요 그룹을 잇따라 방문해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상생 협력 등을 당부하고, 총수급 인사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했으나 삼성은 대상에 빠져있었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LG그룹 구본준 부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1월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에 이어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6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을 만났다.삼성 측은 그러나 이런 관측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 추이를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모습이다.복수의 계열사 임원들은 "투자와 고용은 기업의 기본이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노력에 기여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섣부른 대응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역력했다.이런 가운데 다른 대기업들도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삼성을 방문하고 이 부회장을 접견하며 투자와 고용을 당부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이번 인도 국빈 방문 일정이 대부분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재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 이튿날인 이날 오전 검찰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당혹감을 표시하기도 했다.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당부와 검찰 수사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일선 기업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잦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