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과 정책금리 역전 때문에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및 외국인 자금 유출 리스크 진단’을 통해 “한·미 정책금리 역전보다 국내 경기 흐름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올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0.25%포인트 높아졌다. 이어 지난달에도 Fed가 금리를 또 다시 올리며 한·미 금리 격차는 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탓에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대만, 태국, 체코 등 다른 신흥국 사례로 분석해보면 내외 정책금리 격차가 아니라 환율 변화 기대가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책금리가 미국보다 낮더라도 해당국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되면 기대 투자 수익률이 상승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은 2015년 이후 내외 정책금리 격차와 기대 환율 변화율 합계인 기대 투자 수익률과 외국인 자금 유출 사이 상관계수가 0.5로 밀접한 편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책금리가 올 3∼5월 미국보다 금리가 낮았지만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리스크 완화 등으로 원화 가치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대 투자 수익률은 올 1월 0.73%에서 5월 1.24%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식, 채권, 차입을 모두 더한 외국인 자금은 올 3월 33억달러, 4월 48억달러, 5월 81억달러로 유입 규모가 커졌다.

6월 들어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 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한국 기대 투자 수익률은 0.81%로 낮아졌다. 조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5월 3000억원에서 6월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점을 들며 “기대 투자 수익률 하락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은 현재 0.5%포인트에서 내년 1.0∼1.5%포인트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보다 한국 경기 회복세가 부진해서다. 그는 “경기 회복세 안착이 불확실하고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은 점에 비춰봤을 때 한은이 올해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한·미 금리 역전은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근본 요인이라기 보다는 한국 경제 성장세 하락, 한·미 성장세 역전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이 따라가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다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오히려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해소보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의 근본 원인인 부진한 경제 성장세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적절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합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성장세가 높아지면 투자·소비 증가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한국 경제 전망 개선으로 원화 가치도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자연스럽게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