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세수 풍부할 때 나랏빚 갚아야"
국채·특수채 1천조 육박…상반기 국채 순발행 사상 최대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이 1천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와 특수채는 정부가 직·간접으로 보증하는 채권으로 정부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국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이 사상 최대에 달해 잔액 급증 요인이 됐다.

국채 발행이 줄었지만 상환이 더 급감한 탓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말 보고서를 통해 세수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기에 국가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은 991조8천547억원에 달해 1천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유형별로는 국채가 660조7천61억원이고 특수채는 331조1천486억원이다.

두 채권의 잔액은 월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5월 말(996조1천799억원)보다는 소폭 줄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잔액은 다시 늘어나 4일 현재 994조6천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수년간 국채 잔액이 6~8월에 증가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국채와 특수채 잔액이 1천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잔액은 정부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줄거나 증가세가 둔화한 반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잔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수채 잔액은 2016년 말 337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338조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달 말 331조원대로 다시 감소했다.

반면에 국채 잔액은 2016년 말 581조원에서 지난해 말 615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달 말에는 661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국채 순발행액이 45조4천777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채를 예년보다 더 많이 찍어내서가 아니라 상환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채 발행액은 67조6천552억원으로 2016년 상반기(83조3천527억원)나 지난해 상반기(72조3천589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에 비해 올해 상반기 상환액(22조1천776억원)은 2016년 상반기(42조7천117억원)나 지난해 상반기(34조9천429억원)와 비교할 때 감소 폭이 더 컸다.

통상 채무자가 부채를 적게 갚는 이유는 수중에 돈이 없거나 향후 써야 할 돈이 많아 부채 상환을 미루는 경우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서 지난해 공공부문 수지가 53조7천억원 흑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세수를 확보하고 자금을 비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채 잔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의 빚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

또 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경기 호조로 세수가 상대적으로 초과 확보될 때는 국채 상환에 나서 국채 발행 여력을 비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DI는 지난 5월 발표한 '2018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세수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기에 국가 부채를 상환함으로써 향후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경우 국채를 발행할 여력을 비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부채의 구조적 증가를 방지하고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