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지주사 전환 한 달… '소통' 공들이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의 ‘뉴 효성’을 출범시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효성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섬유, 중공업, 산업 소재, 화학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각 사업부문이 독자 경영을 하게 됐다. 조 회장은 각 계열사 임직원에게 자기 전문 영역 외에도 회사 전체의 업무를 파악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새롭게 바뀐 회사 구조를 명확히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위해 꺼내든 경영 방침이 ‘소통 강화’다.

“시장 상황 파악해 실시간 보고” 지시

효성은 지난달 1일 지주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5개 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조 회장은 당시 통합 이사회에서 “지주회사와 신설된 사업회사의 전문성을 키울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대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효성은 조 회장의 경영 방침대로 계열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 영역에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조 회장의 지론이다. 조 회장은 최근 열린 효성 글로벌 컨센서스 미팅에서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식 보고에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보고를 주고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센서스 미팅은 1년에 두 번 사업부문별 해외 법인장이 국내로 모두 모이는 효성의 주요 행사다.

조 회장은 “밤에 자고 일어나면 업무와 관련한 보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수십 통 들어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실시간 연락망 구축”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실시간 보고’를 언급한 것은 효성의 기업 규모에 비해 해외 판매망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업무 시간에 맞춰 보고하면 이미 늦다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이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소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파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그룹 오너 중 젊은 세대에 속하는 편이어서 사내에서도 직급과 무관한 소통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 지주사 전환 한 달… '소통' 공들이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전문 경영인 체제·투명 경영 강화

효성은 계열사들의 사업 선명성 강화를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존에는 한 회사 안에 섬유, 무역, 자동차용 첨단소재, 건설, 에너지 등 여러 사업부문이 있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기업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힘들었다.

효성은 신설된 사업회사에 전문 경영인을 배치해 독립경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와 황정모 효성첨단소재 대표는 각각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전문가다. 문섭철 효성중공업 대표와 박준형 효성화학 대표도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았다. 효성은 앞으로 임직원들이 소속사의 사업 영역에 맞는 정체성과 전문성을 겸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9월 공개 채용에서도 각사의 특성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 맞춰 투명 경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효성 이사회 의장직을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에게 넘겼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을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맡도록 하는 등 사외이사 역할도 확대했다. 각 계열사도 최병덕 전 사법연수원장(효성티앤씨), 김동건 전 서울고등법원장(효성첨단소재), 안영률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효성중공업),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효성화학)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효성 관계자는 “투명 경영을 구호로만 끝내지 않겠다는 조 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