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10개월 만에 올 5월 감소세로 전환…반도체 대체주자 없어 수출 타격 우려
반도체 경기 꺾이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2개월째 줄어
향후 반도체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수출품이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전체 수출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7억3천545만7천달러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6.6%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감소한 것은 2016년 7월(-19.4%)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6월에도 감소세는 이어졌다.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4억2천990만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34.6%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감소율도 더 커졌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반도체 경기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하면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 설비를 확충하려고 제조용 장비 수입을 늘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이어진 반도체 호황이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그보다 앞선 2016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늘었다.

2016년 8월 전년 동기 대비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138.0%나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152.8%, 그해 6월엔 266.5%까지 늘었다.

이런 수입 증가 행진은 올해 4월까지 1년 8개월간 이어졌다.

이 기간 평균 증가율은 113.1%였다.

매달 전년의 2배 이상으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증가율이 1월 112.2%, 2월 102.1%로 둔화하다가 3월 29.1%로 쪼그라들고 4월엔 51.9%로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쳤다.

결국 5월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반도체 경기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며 "반도체 경기 사이클은 2년 정도인데 최근 반도체 경기가 좋기 시작한 것이 2016년 가을에서 작년 봄이었으니 꺾일 타이밍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후 '대체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간 반도체 경기 호황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고, 수출에 맞춰 생산, 투자가 활발해지며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났다.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16년 12.6%에서 올해 1∼4월 20.1%로 상승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올해 1∼4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4%로 쪼그라든다.

홍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부침에 따라 전체 수출이 좌우될 수 있다"며 "그나마 유가 상승 때문에 석유화학 수출은 좋겠지만 자동차, 선박 등 다른 품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