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 모습. 한경DB
작년 말 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 모습. 한경DB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4.2%늘어난 15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지요.

공장 신설 등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가 128억3천만달러에 달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4년 연속 200억달러 실적을 달성할 게 확실시됩니다.

국내 생산·투자·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데도 외국인 투자만 ‘나홀로’ 급증한 겁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도 동감한다”고 했습니다. 정부도 그 원인에 대해 ‘아리송하다’는 반응입니다.

몇 가지 실마리는 있습니다. 우선 중국의 한국 투자가 총 2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급증했습니다. ‘사드 사태’가 해소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가장 많이 차지한 분야는 부동산 및 지역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상반기에만 한국에서 8억달러어치 부동산을 사들였지요.

중국업체들은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투자 문의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투자만 전담하는 별도 부서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투자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자동차업체인 GM이 신규로 상반기 중 36억달러를 투자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이 36억달러를 모두 제외해도 사상 최대 FDI 실적입니다만.

남북간 ‘해빙’ 기류가 외국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 있지만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게 산업부의 설명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에선 한국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우수 인력과 인프라, 제도 등이 잘 갖춰진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은 ‘반경 1km 안에 우수 IT인력이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부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왜 급증 또는 급감하는 지 그 이유를 파악해 보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외국인투자 연구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2016년 자료를 보면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고용의 6%, 매출의 12%, 수출의 20%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매년 8000명 정도의 일자리 순증 효과를 가져왔구요. 정부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상승세를 이어나가길 기대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