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접점 늘려야 성장 가능성 확인
-피렐리, 맥시스, 미쉐린 모두 취급

일반적으로 자동차용 타이어를 구매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해당 기업의 대리점을 방문해도 되고, 자동차회사 정비센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외 온라인으로 개별적으로 구입한 뒤 장착비만 별도로 들여 교체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대형 유통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 유통 채널 가운데 제조사 대리점은 늘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파는 게 일반적이다. 해당 제조사가 자신들의 제품 판매를 위해 구축한 유통망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유통 경로가 이미 활성화 돼 있다는 점에서 자사 제품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제조사 시각에선 독점 판매 창구지만 소비자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는 판매 채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타이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회사가 등장했고, 오히려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하는 일도 다반사다. 한 때 국내 최대 타이어 유통 기업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했던 것도 결국은 유통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이빔]한국타이어가 판매망을 공유한 이유

이런 상황에서 국내 처음으로 한국타이어가 제조사로선 직접 유통 다변화라는 전략을 선택해 시선을 끌고 있다. 경정비 네트워크인 'T-스테이션'에서 경쟁 브랜드인 피렐리, 미쉐린, 맥시스 등의 제품을 취급하자 다양한 해석이 오가는 중이다. 먼저 멀티 브랜드 취급은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단일 회사가 경쟁 제품을 취급하는 것 자체를 두고 최종 결정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특정 제조사가 투자한(?) 판매망을 경쟁사에 개방한 것이어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타이어 사업에서 유통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판매망을 쉽게 방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경정비 체인점의 개방으로 연결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게다가 한국타이어가 구비하지 않은 제품으로 틈새를 메우는 게 아니라 직접 경쟁하는 제품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은 일종의 파격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유통을 강화하려는 전략은 해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독일 내 대표적인 타이어유통기업 '라이펜-뮬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독일 중남부 지역에 44개의 매장을 보유한 라이펜-뮬러의 타이어 판매규모는 연간 240만개 이상이다. 그간 유럽 내에서도 이미 갖추어진 판매망에 제품을 공급해 온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유통을 직접 주도해 'RE(Replace Equipment)'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두고 한국타이어는 '판매망의 공유'를 언급한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납품되는 'OE(Original Equipment)' 시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RE(Replace Equipment)'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판매점을 많이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 결과 다양한 제품군 취급이 중요했다는 얘기다. 경쟁사에 판매점 진열대를 개방하고,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입점되도록 취급 브랜드를 늘려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판매점 개방 또한 최근 열풍이 부는 '공유(sharing)' 사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타이어를 빌려 이용하는 것도 공유라면 오프라인 매장을 여러 브랜드에 개방하는 것도 일종의 부동산 공유여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