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위에 군림하는 위원회가 정책에 깊숙이 개입해 주요 논의를 이끌어가는 이른바 ‘위원회 행정’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3일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안을 불쑥 내놨다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제동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를 건너뛰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밀실 논의’와 위원들의 실무 경험 부족, 이념적 편향성 등이 국정 혼란을 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재정개혁특위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권고안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 파장이 큰 사안인데도 특위 논의 과정에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 재정개혁특위 2차 세제개편 논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재정개혁특위는 보유세 개편 등 중장기 조세개편 방향을 정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한 이후 거의 매주 회의를 열면서도 회의 결과를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과 관련해선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특위에서 보유세 개편을 논의한 조세소위원회 위원 14명 중 10명이 실무 경험이 없는 대학교수로 구성됐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특위는 하반기에도 자본이득 과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환경에너지 관련 과세 등 굵직한 세제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도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과 관련, 유지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6일에는 기업집단제도 개편안을 발표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산하에 포진한 555개(6월 말 기준) 위원회도 줄줄이 주요 정책에 대한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원회가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며 현실성이 낮은 어설픈 정책을 쏟아내 국정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