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치수 재고 모바일 주문… 日 양장점 가시야마 'O2O 슈트'
1000만 명이 넘는 ‘단카이 세대(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위기에 직면했던 일본 기성복 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옴니채널’로 어려움을 돌파하고 있다.

가시야마(사진)는 1927년 양장점으로 시작한 패션 회사다. 일본인 체형에 잘 맞는 클래식 정장을 만들어 수십 년간 단카이 세대 직장인의 공식 유니폼 역할을 했다. 단카이 세대의 퇴장은 가시야마에도 위기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시야마 더 스마트 테일러’를 내놨다. 신체 치수를 가시야마 사이트에 직접 입력하거나 매장에서 한 번만 재면 그 이후부터는 모바일로 주문이 가능하다. 주요 기업과 제휴를 맺어 사무실마다 옷 사이즈를 잴 수 있는 셀프 간이 부스도 마련했다.

모바일로 주문받은 완성품은 별도의 물류 창고 등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화된 공장에서 바로 출고된다. 가격은 정장 한 벌에 3만~5만엔. 1주일 내 집으로 배송된다. 이 서비스로 50%였던 가시야마의 공장 가동률은 3개월 만에 100%를 넘어섰다. 올해는 중국 다롄에 스마트 팩토리를 증축하기로 했다.

가시야마 관계자는 “전문 디자이너가 연간 20만 명의 피팅을 통해 일본 체형에 적합한 160개 패턴을 갖고 있다”며 “매장을 크고 화려하게 내지 않더라도 실적 개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고급 양복을 팔아온 유나이티드애로즈(UA)도 올 들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그린라벨’을 내놨다. 올 상반기 도쿄 아키하바라, 시나가와 등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 곳곳에 3일간 신체 사이즈를 재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오프라인 유통 비용을 줄이고, 온라인 주문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도 옴니채널을 통한 유통 혁신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징둥그룹이 운영하는 신선식품 전문마트 세븐프레시의 와인 코너가 대표적이다. 병당 100만원짜리 와인이 가득 진열돼 있는 이 공간은 징둥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JD닷컴과 연동돼 있다. 온라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와인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매장 진열을 바꾸는 방식이다.

알리바바그룹의 편의점인 티몰편의점도 비슷하다. 온라인몰인 티몰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오프라인 편의점 매장에 순위대로 진열하고 있다.

도쿄·베이징=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