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내년 예산(총지출) 증가율을 두 자릿수로 잡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산업 및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작년 대비 7.1%(28조3000억원) 늘리면서도 SOC 예산은 14.2%(3조1000억원) 삭감했다. R&D 예산은 1.1%(2000억원), 산업 예산은 1.5%(2000억원)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고정적 복지 지출을 급격히 늘린 탓에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쌓인 SOC가 많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미래 위한 SOC 예산은 되레 줄어들 듯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각 부처에서 받은 내년 예산 요구 현황에 따르면 SOC 예산 요구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산(19조원) 대비 10.8%(2조1000억원) 줄었다.

R&D 예산 요구액은 20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3%(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 예산 요구액은 16조4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겨우 0.8%(1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6.8%(29조3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투자형 예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동력을 키우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는 복지에 쓸 돈조차 마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SOC 예산 축소는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까지만 해도 월 10만 명(전년 동월 대비) 안팎을 유지했지만 올해 5월엔 4000명으로 하락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