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김기남 모두 한남더힐에 '둥지'… 이재용 부회장의 '한남동 경영'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 대표는 올초 경기 성남에서 서울 한남동 고급주택단지인 한남더힐(사진)로 집을 옮겼다. 반도체·부품(DS) 부문의 김기남 대표도 최근 같은 단지로 이사했다. 한남더힐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단장(사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도 살고 있다. 한남더힐에 거주하는 삼성의 전·현직 사장이 10여 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 사장들이 한남더힐에 모이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한남동 자택과 가깝기 때문이다. 올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캐나다, 일본, 중국 등지로 해외 출장을 떠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한남동 자택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수시로 삼성 계열사 경영진을 불러 경영 현안과 관련된 보고를 받는다. 최근 이슈는 물론 중장기 계획까지 보고 내용도 다양하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한남동 회의’에 대처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준비도 치열하다.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만드는가 하면 회의를 앞두고 A4 용지 수천 장 분량의 자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일부 직원은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출퇴근하며 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시간은 주로 오후 12시30분이나 5시 등 식사와 회의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잡는다. “이 부회장이 한남동 경영을 본격화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안에 따라서는 사장들을 수시로 불러 만나기도 한다. 삼성 사장들이 이 부회장의 자택과 가까운 곳에 집을 얻는 이유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작은 행보도 크게 기사화되다 보니 이 부회장은 한남동 자택에 연금된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인 한남더힐에 거주하는 사장들이 수시로 이 부회장을 찾아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