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 듣는다더니
부자 증세 '3종 세트' 등
특정 시민단체 과세안 반영

김일규 경제부 기자
[현장에서] 참여연대 세제 건의서 그대로 베낀 재정특위

부유층 주택과 금융·임대소득에 대한 징벌적 과세안을 들고나온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조세 및 재정 분야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4월 출범한 기구다.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조세 분야 15명, 예산 분야 15명 등 30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은 출범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이후 조세 분야 11회, 예산 분야 7회의 회의를 거쳐 지난 3일 권고안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재정개혁특위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내놨다는 과세안은 특정 시민단체가 요구하던 과세안과 거의 같다. 현 정부에서 권력집단으로 둔갑한 참여연대의 과세안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세법개정 건의서에서 종부세율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강화를 요구했다.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권고안과 정확히 일치하는 방향이다.

구체적인 개정안도 거의 비슷하다. 참여연대는 현행 종부세율 0.5~2%를 1~3%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재정개혁특위는 0.5~2.5%로 올리자고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의 경우 참여연대는 “낮춰야 한다”고 했고, 재정개혁특위는 “1000만원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때 400만원 기본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참여연대의 의견은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재정개혁특위가 과세 강화 이유로 제시한 내용은 참여연대 건의서를 그대로 베낀 수준이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이 참여연대 건의서와 거의 일치하는 것은 참여연대 출신인 강병구 교수가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재정개혁특위 위원에도 참여연대 출신인 구재이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가 있다. 상위 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의 정해구 위원장 역시 참여연대 출신이다.

참여연대 출신 위원들의 강력한 입김에 밀려 과세 강화에 반대하는 위원들의 목소리는 권고안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근로자의 약 절반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재정개혁특위는 적어도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는 설명은 하지 말아야 했다.

black041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