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을 확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탈퇴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최대 2조달러어치의 상품·서비스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연간 20조달러가량인 전 세계 교역(전 세계 수출 합계 기준)의 10%가 통상전쟁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로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등을 강행하고 NAFTA를 탈퇴하는 상황을 전제로 이같이 전망했다.

브라이언 쿨턴 피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관세 조치와 상대국에서 나올 대응 조치들로 통상전쟁이 심각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피치는 미국이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매기면 중국도 1880억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에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이 연간 322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차와 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연합(EU)은 610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이 NAFTA를 탈퇴하면 캐나다, 멕시코와의 교역도 타격을 받는다. 미국은 지난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820억달러, 243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캐나다에서 2990억달러, 멕시코에서 314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쿨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조달러의 상품이 관세 영향을 받으면) 미국의 수입 물가가 35~40%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며 “소비자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경제분석위원회(CAE)는 이날 보고서에서 주요 교역국 간 관세율이 60%까지 높아지면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 EU의 GDP는 4%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CAE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의 모든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양국 간 교역이 6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통상전쟁은 한국 캐나다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 등 소규모 개방경제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들 국가의 GDP가 최대 10%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치는 무역전쟁 영향으로 각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쿨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뢰가 약해지고 투자가 줄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