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돈키호테.”

일본에서 쇼핑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유통 천국 일본에서 백화점, 편의점 등 여기저기 헤매고 다녀봐야 어차피 가장 싼 물건, 다양한 제품은 돈키호테에 다 모여 있다는 얘기다.
日 돈키호테 400여개 매장, 파는 물건은 전부 다르다?
돈키호테는 일본 유통업계의 ‘돌연변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29년간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온라인 쇼핑몰의 공격에도 오프라인 매장만으로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1989년 1호점을 낸 이후 10년간 돈키호테 매장은 10여 개뿐이었다. 1990년대부터 1인 가구가 많은 도쿄 대도시 위주로 출점했다. 지난해 매출 8288억엔, 영업이익 455억엔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 1조엔 돌파를 목표로 잡았다.

성공 비결은 도매에서 버려질 물건을 사와 파격적으로 싸게 내놓는 가격, 압도적으로 많은 상품 종류, 매대가 엉망인 것처럼 널브러진 ‘정글 디스플레이’, 심야영업 등이다. 그중에서도 400여 개 매장의 차별화된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성공 비결로 꼽힌다.

돈키호테는 99㎡가 조금 넘는 작은 규모의 ‘소라돈키’부터 9900㎡ 정도인 ‘메가돈키호테’까지 매장 규모가 다양하다. 매장별로 상품 진열 방식, 레이아웃 등이 다르다. 관광객이 많은 롯폰기 매장에는 외국인 전용 상품, 신주쿠 매장에는 독특하고 신기한 상품,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아키하바라에는 도시락과 저가 생필품, 노년층이 몰리는 오키나와에는 시니어를 위한 넓은 공간과 특화 상품이 많다.

매장을 차별화하는 핵심은 인재 관리, 즉 ‘용병술’에 있다. 돈키호테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는 창업 초기부터 “완벽하게 정리 정돈된 매장에는 쇼핑의 즐거움이 없다. ‘긴부라(긴자 거리를 할 일 없이 서성이는 행위)’처럼 ‘돈부라(돈키호테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하게 하라”는 것을 경영 1원칙으로 삼았다.

직원 개인에게 권한을 모두 위임해 점장부터 갓 입사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매대 하나를 통째로 맡기는 전략을 썼다. 전체 물건의 60%는 본사가 발주하지만 40%는 해당 매장의 직원들이 자율로 결정한다. 상품 진열, 가격 책정, 판매 권한 등을 갖는다.

도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