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비해 공무원 조직은 확실히 융통성이 없어요.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닌데 다급함이 부족하죠.”

중소기업옴부즈만 취임 4개월을 맞은 박주봉 옴부즈만은 3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갑갑함을 털어놨다. 박 옴부즈만은 자수성가로 중견기업 대주·KC를 키워낸 기업인이다. 기업인 출신 옴부즈만은 그가 처음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보고 중소기업옴부즈만실 인원을 기존 28명서 8명 더 늘려달라는 요청을 행정안전부에 보냈다고도 했다. 임기 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다.

◆ 월 평균 384건 규제애로 처리

박 옴부즈만은 취임 후 120여일 중 80여일을 현장에서 보냈다. 그가 온 뒤 중소기업옴부즈만실은 기업현장 규제애로를 월 평균 384건 처리했다. 지난해에 비해 107.8% 증가했다. 여기서 처리란 “응답을 했다”는 의미다. 박 옴부즈만은 “그간 규제 개선에 대한 애로 접수는 함흥차사가 되기 일쑤였다”며 “규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인지 아닌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답해주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옴부즈만실은 총 1153건을 처리한 데 이어 규제 66건을 개선했다. 주요 개선 사례로는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발전설비 설치 가능 건축물 확대, 전기자동차 충전설비 설치시 국·공유지 사용료 완화 등을 꼽았다.

현장에서 발굴한 규제 421건은 3일 문을 연 ‘규제장터 1번가’ 홈페이지에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았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처럼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겪고 느끼는 규제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다. 애로 의견이 많은 규제일수록 순위가 올라 홈페이지 상단에 노출돼 더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 모으는 방식이다.

◆ 기업간 문제는 규제 대신 인센티브로

박 옴부즈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문제는 규제 대신 인센티브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치킨게임’으로 몰아넣는 최저가낙찰제, 업계 관례로 통하는 통과세 등을 없애는 데도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과세는 대기업이 정부 발주 물량을 수주해 얼마를 떼고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관행을 말한다. 그는 “최근 포스코가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한 것처럼 이에 동참하는 대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도 근본적인 문제해결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옴부즈만실은 오는 9월 중 기업눈높이심의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박 옴부즈만이 위원장을 맡고 20명 내외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최저가낙찰제, 통과세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할 것을 권고하며 시장의 자정작용을 끌어내는 일을 맡는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증을 지원하는 ‘기업성장응답센터’는 내달 중 문을 열 계획이다. 인증과 관련해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상시 접수하는 일을 맡는다. 이에 앞서 각종 인증과 안전 여부를 시험하는 검사기관에도 처리기간 관련 규정을 마련해 늑장 인증으로 사업에 차질을 겪는 일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박 옴부즈만은 “모든 검사는 처리기간이 명시돼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상당하다”며 “검사 중 지연이 생기면 사유를 밝히고 향후 소요기간까지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규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