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명 중 224명이 해임에 '찬성'…경총, 차기 부회장 선임 절차 개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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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3일 임시총회를 열어 거취 논란이 불거졌던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해임했다.

이로써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초 취임 후 채 석 달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퇴진하게 됐다.

경총은 "임시총회에서 송 부회장 임면(해임)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233명 중 224명(찬성률 96.1%)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경총은 직원 간 분열 조장과 파행적 사무국 운영, 경제단체의 정체성에 반하는 행위와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의 신뢰 및 명예 실추 등을 사유로 송영중 상임부회장 해임안을 제안했고 표결 결과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의 상임부회장이 표결 끝에 해임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날 총회에는 전체 회원사 407곳 가운데 233곳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170개 사가 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했고, 63개 사가 회의에 참석했다.

송 부회장 해임안은 이미 회의 전부터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회원사만 170곳에 달해 안건 통과를 위한 요건인 '회원사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103개 사)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그동안 직무정지 조처에 대해 법적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자신의 해임안이 총회에서 통과될 경우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송 부회장이 이전에도 자신의 입장을 번복한 바 있고, 이번 총회를 앞두고도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손 회장과 경총 회원사에 보내는 등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이번 해임 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하고 법적 대응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경총은 이날 바로 차기 부회장 선임을 위한 전형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총회에서는 전형위원회에 상임부회장 선임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다음주에 다시 전형위원회를 열어 차기 부회장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며 "부회장 추천 및 선임 권한은 회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전형위원회는 손 회장을 비롯해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백우석 OCI 부회장, 김학권 인천경총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박복규 경총 감사 등 8명으로 구성됐다.

경총은 또 이날 총회에서 특별상여금 지급 등에 관한 회계 사항과 개선 방안을 보고하고 향후 특별상여급 등의 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총회에 보고되지 않았던 연간 4억4천만원 규모의 특별사업 회계에 대해 보고했고, 다음부터는 총회에 포함해서 보고하겠다는 회계 쇄신안을 제안했다"며 "회원사들이 이에 대해 수긍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수입을 유용해 직원들의 특별상여금(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이 회계 부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회계 부정이 세법 규정에 따른 회계 절차를 밟지 않고 세금 포탈이 있다는 의미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간 4억4천만원의 회계가 총회에 보고 누락됐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회계 처리는 됐고 이사회 보고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회원사에 투명하게 밝혔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이날 정관 개정을 통해 경총의 사업 목적을 '자유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사회정책 구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 등으로 확대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존에 경총의 역할이 노사관계를 아우르는 사용자단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기업 경쟁력 강화 등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단체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상임부회장을 '상근부회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상임부회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사무국 업무를 수행하며, 사무국 업무 수행에 한해 본회를 대표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송 부회장의 거취 논란 와중에 경총 정관상 회장과 상임부회장이 경총을 공동으로 대표하는 것으로 돼 있어 권한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자,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며 지휘체계를 재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총회 뒤 "앞으로 경총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투명한 경총, 회원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총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