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국내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새백배송 시장에 뛰어든다. 4일부터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배달해 주기로 했다. 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 식품 분야의 강점을 앞세워 신규 수요 창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내 6000여 개 품목으로 확대

새벽배송·HMR·식품관… 현대百의 食食한 도전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사진)은 지난달 창립 기념식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과는 다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시프트(이동)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산업이 성장 정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이후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첫 사업이 새벽배송이다.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 서비스 ‘새벽식탁’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상품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의 자체 전통식품 편집숍 ‘명인명촌’을 비롯 가정간편식(HMR) ‘원테이블’, 고급 한우 브랜드 ‘화식한우’, 청과 브랜드 ‘산들내음’ 등 100여 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즉석반찬, 주방용품 위주로 구성했다.

연말까지는 새벽배송이 가능한 품목이 6000여 개로 확대된다. 새벽배송을 받으려면 배송 희망일 전날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된다. 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 전역, 부천 일산 과천 수원 광명 구리 의정부 등 경기도, 인천 등이다. 5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그 미만은 3500원의 배송료를 내야 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새벽배송·HMR·식품관… 현대百의 食食한 도전
◆식품 분야서 새로운 시도 잇달아

새벽배송은 작년부터 유통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새벽배송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둔 효과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강남 엄마’들의 이용이 늘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백화점은 사정이 달랐다. 매출의 80~90%가 패션·잡화에서 나와 굳이 새벽배송을 할 이유가 없었다. 새벽배송 품목은 주로 HMR, 우유,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이 시장에 진출한 배경엔 식품 분야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식품 분야에서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를 추진해왔다. 2010년 시작한 ‘명인명촌’이 대표적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장류, 식초, 주류, 참기름, 반찬 등을 발굴해 명인명촌이란 브랜드를 붙여 판매했다. 명인명촌은 곧바로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대표 매장이 됐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백화점에 임시 매장을 열기도 했다.

‘원테이블’도 백화점이 처음 내놓은 HMR 브랜드다. 작년 11월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30만 개 넘게 팔렸고, 지난달에는 홍콩에 수출하는 길도 열렸다. 가격을 조금 높게 받는 대신 신선한 식재료를 쓰고 유명 맛집 레시피를 가져온 게 성공 비결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원테이블이 시장에 안착하자 지난 4월에는 재료와 양념을 넣고 끓이는 형태의 밀키트인 ‘셰프박스’도 선보였다. 셰프박스는 요리하는 재미와 편리함, 여기에 맛까지 더해 현대백화점의 ‘킬러 콘텐츠’가 됐다.

현대백화점은 매장 내 식품관 확장도 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고양 킨텍스점 식품관을 기존 대비 2.5배로 확대하는 공사를 마쳤다. 작년에는 천호점 식품관에 세계 유명 맛집을 줄줄이 입점시키고, 고급화해 큰 폭의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