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WB·ADB 등 국제기구자금 투입, 이후 상업은행 진출 전망"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북한 비핵화로 대북 제재가 풀리고 경제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북한개발 신탁기금(Trust Fund)' 조성될 것으로 3일 내다봤다.

이는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 가입 등 국제경제질서에 편입되기 전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이후 본격적인 자금 조달은 국제기구들의 장기·저리 대출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은 행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을 거친 대외경제통이다.

은 행장은 "국제적 전례를 보면 팔레스타인의 (IMF) 가입 전 팔레스타인 재건을 위한 신탁기금을 만들었고, 이라크 재건 기금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이 아닌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북한개발 신탁기금'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 펀드에 돈을 지원하면 그 돈으로도 초기 인프라 개발에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 회원국 가입은 2~3년이 걸린다.

따라서 IMF 등이 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전 단계로서 이 같은 기금이 조성되고, 여기에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이해 당사국들이 출연하는 형태를 예로 들었다.

대북제재 해제로 북한이 IMF, 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길이 열리면 이들 기구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 행장은 "국제기구마다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있다.

이건 국제적 룰에 따라 자금을 받기 때문에 북한에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과거 경제개발 단계에서 그랬듯 자금을 지원받아 원리금을 갚으면서 국제사회에 정상 국가로 편입된다는 의미다.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위탁으로 약 1조원의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한다.

은 행장은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커진다"며 "기금 재원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의 사업에서 현장 시찰,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 IKCF 자금이 쓰일 것으로 은 행장은 예상했다.

그는 "수출금융,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남북협력기금으로 '삼각축'을 이뤄 국내 수출기업에 맞춤형 정책금융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건설·플랜트·조선 등에 제공한 여신이 대규모로 부실화하면서 2016년 사상 첫 적자(1조5천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부실을 털어내고 경영을 효율화하려는 혁신안을 2016년 발표했다.

수출입은행은 특정기업·계열(그룹)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축소를 하반기 중 완료한다.

몇몇 조선사에 대규모로 발급한 선수환급금보증(RG)이 부실화했던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동일인(기업) 여신한도는 60%에서 40%로, 동일차주(계열) 여신한도는 80%에서 50%로 각각 줄어든다.

상임이사를 1명 줄이고 비상임이사를 1명 늘렸다.

임직원의 구조조정기업 재취업을 전면 금지했다.

2016년 말에 이어 올해 말 각각 1개 본부를 없애고, 3개 출장소와 1개 지점을 폐쇄한다.

은 행장은 "2030년 200조원 수준의 여신잔액을 바탕으로 연간 1조 원가량의 이익을 창출하는 대외거래 전담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부실과 구조조정을 거친 조선·해양업에 대해 "전체적인 업황은 작년보다 좋아졌지만, 마음 놓을 만큼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

2019년을 보는 분도 있는데, 더 보수적으로 2020년은 돼야 회복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수은 행장 "北개발 신탁기금 필요… 경협기금도 확대 불가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