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해임으로 일단락 불구, 각종 의혹 해소·조직 개혁 과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일 임시총회를 열어 송영중 상임부회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면서 한 달 넘게 이어진 송 부회장의 거취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송 부회장 해임 과정에서 드러난 경총 사무국 내 파벌 문제와 송 부회장이 제기한 협회 내부의 각종 의혹은 향후 해소해야 할 숙제이자 불씨로 남는다.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총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치부에 대해 과감한 개혁을 통해 진정한 재계의 대표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해임된 송 부회장은 고용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로 경총 부회장 선임 당시부터 이의 제기가 있었다.

사용자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경총의 상임부회장직을 고용부 관료 출신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용자보다는 노동자 측 입장을 더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회원사들의 우려도 나왔다.

경총 상임부회장 자리에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 선임된 적은 있어도 고용부 출신이 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 송 부회장을 낙점해 내려보낸 것 아니냐는 '낙하산'설도 제기됐다.

송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5월 중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였다.

당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이 산입범위 조정을 최저임금위원회로 가져가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데 경총이 보조를 맞춘 것이다.

경총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주장한 배경은 노동계와 달랐지만, 경제단체들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경총이 불쑥 이런 입장을 취하면서 '경총이 노동계의 2중대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경총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봉 4천만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혜택을 보는 등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런 입장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최저임금위원회로 가져가자고 한 경총의 행보는송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6월 초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재택근무'를 이유로 일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은 채 외부에서 결재를 하고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적으로 근태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송 부회장이 출근하지 않는 이유가 경총 사무국 직원들과의 불화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논란이 일자 송 부회장은 곧장 출근을 재개하고 "사퇴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그를 발탁한 손경식 경총 회장과의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게 팬 뒤였다.

손 회장은 송 부회장에게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고, 경총은 지난달 15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송 부회장에 대해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회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자진사퇴를 권유하지 않았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경총은 공식 의결기구인 총회를 열어 송 부회장의 거취 논란을 매듭짓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송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총 사무국을 "적폐 세력"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했고, 경총은 이를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내고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격했다.

임시총회를 하루 앞둔 2일에는 또다시 언론 보도를 통해 경총이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 시절 일부 사업수입을 유용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임직원 특별상여금(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부회장은 또 손 회장과 경총 회원사들에 보낸 공개질의서를 통해 손 회장의 경총 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손 회장이 정치권의 압력 등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회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의했고, 경총 사무국의 비민주적 운영,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 등을 두둔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경총 회원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송 부회장의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이로써 송 부회장은 4월 초 취임 후 채 석 달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다만 그동안 자신에게 내려진 회장의 '직무정지' 조처나 이번 해임안 가결 등에 대해 절차나 근거 등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총도 이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인 회계 처리, 사무국 내 파벌 문제 등이 드러나면서 상처를 입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총 사무국 직원들이 매년 월 급여의 100∼3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격려금)을 받았지만 정작 경총의 주인이라 할 회원사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좀 더 크게 보면 송 부회장이 기존 경총 사무국 구성원들의 '인적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끝내 물러나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송 부회장은 불투명한 회계나 시대에 걸맞지 않은 규정, 계파 문제 등을 경총 사무국의 문제로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혁을 추진했다.

표면적으로는 송 부회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노선을 같이 했다는 비판, 재택근무 등이 송 부회장 거취 논란의 발단이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런 개혁 시도 과정에서 빚어진 기존 직원들과의 마찰이 송 부회장을 결국 해임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송 부회장의 전임자로, 14년간 장기 재임한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 시절 형성된 인맥과 파벌이 여전히 경총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 회장이 이날 총회에서 "앞으로 공정한 경총 사무국 인사 체제를 확립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손 회장의 혁신안은 여전히 추상적인 방향성만 담겼을 뿐 구체적인 방법론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경총을 변화시킬지 의문이 남는다.

경총으로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편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안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을 혁신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