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지법 개정 나서

임대차 신고 의무화하고
불법 적발 땐 징역형

농촌인구 고령화 빨라져
경자유전 어려운 경우 많아
도시거주자 농지 상속도↑

전문가 "비현실적 규제"
정부가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내세워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에 나선다. 불법 임대차 처벌을 강화하고 임대차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외지인의 농지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이지만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실과 거리가 먼 규제가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지 임대차 적발되면 징역형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 작업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우선 불법 농지 임대차의 처벌을 현행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농지법은 1996년 법 시행 이후 취득 농지의 임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불법으로 농지를 임대하다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임대차 계약 자체의 효력이 정지된다. 해당 농지는 한국농어촌공사에 강제로 매각된다.

농식품부는 불법 농지 임대차를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 규모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두기로 했다. 농지법상 허용되는 임대차라 하더라도 농지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임대차 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불법 임대차로 전환되지 못하도록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전체 농지 중 임대차 비율 50%인데… '경자유전' 내세워 처벌 강화한다는 정부

◆경자유전, 규제만 강화해봐야…

이번 제도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살기 좋은 농산어촌’ 조성 방안으로 농지법 개정을 통한 경자유전의 원칙 재확립을 약속했다. 헌법 121조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적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경자유전 원칙을 내세워 규제만 과도하게 강화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지법상 불법 임대차의 처벌 조항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지에서 임대차 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42%에서 2016년 50%로 늘어났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도시 거주자들이 농지를 상속받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촌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소유주가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이 증가하는 점도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3년 도하개발아젠다(DDA) 등에 따른 농업 개방에 대비해 농지 임대차 전면 허용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농민들의 반발로 접었다.

농식품부는 이번 제도 개편 과정에서 고령농 등 일부 농민 간의 농지 임대차는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농업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도록 비농업 법인에도 임대차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지주와 소작농 사이의 지극히 불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헌법 또는 농지법 개정을 통해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거나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이태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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