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에 이어 보험업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삼성생명이 15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 건전성 제고가 주목적인 금융관련 법령을 재벌 개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합감독법·보험업법 '두 자루 칼'로 삼성 압박하는 금융위
금융위원회의 한 당국자는 2일 “통합감독법이 제정되면 감독 대상 7개 금융그룹 중 삼성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보험업법 개정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삼성을 겨냥해 두 법안을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통합감독법은 비(非)은행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감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성 등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통합감독법 제정안은 금융위와 함께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통합감독법에 금융그룹이 보유한 일정 한도 이상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집중위험’으로 간주해 필요자본에 가산하는 항목을 추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삼성의 집중위험 한도 초과분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보험업법 지분평가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꿨을 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초과 한도분과 일치한다.

보험업법 감독규정은 시가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은행,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과 시민단체는 현 보험업법이 ‘삼성 특혜’라고 주장해 왔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원가 기준으로 약 5386억원이다. 삼성생명 총자산(283조원)의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가 평가 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2일 기준 23조1462억으로, 총자산의 8.2%에 달한다. 보험업법의 총자산 대비 한도(3%)보다 5.2%포인트(14조6562억원) 초과한다.

국회에는 보험사의 지분 평가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5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15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이 쏟아지면 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고 삼성의 지배구조도 약해진다.

업계에선 통합감독법 제정이 보험업법 개정으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통합감독법이 제정되면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기존 328.9%에서 110%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치인 100%를 초과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업계는 금융위가 통합감독법과 함께 지분 매각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연계해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