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 年소득 2억 '황금알'… 그 뒤엔 김홍국의 '상생 30년'
닭고기로 쓰이는 살아있는 닭(육계) 가격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육계 산지 가격 평균은 ㎏당 1322원, 소비자 가격은 4761원이었다. 지난해 평균보다 각각 20%, 10% 하락했다. 이 여파로 올 1분기 육계 회사들은 대거 적자 전환했다. 하림이 83억원, 마니커와 체리부로가 각각 33억원, 11억원의 손실을 냈다.

닭값이 폭락했지만 양계 농가는 웃고 있다. 양계업은 전국 농어촌을 통틀어 ‘돈 잘 버는 미래 산업’으로 통한다. 올해 가구당 평균 소득이 2억원을 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전국 농가 연평균 소득의 약 5배, 도시 가구 연평균 소득에 비해 3배 높다.

양계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하림 동우 마니커 체리부로 등 주요 닭고기 가공업체가 양계 농가에 대규모 위탁 생산을 하고 있어서다. 전체 닭고기 생산량의 90%를 시세와 상관없이 약속한 가격에 사들인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국내 1위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그룹이 구축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61)은 30년 전 농장-공장-시장을 통합 관리 경영하는 ‘삼장(三場)통합경영’으로 1차 산업이던 양계업을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계업을 미래 산업으로 바꾼 ‘상생’

하림은 농가에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육계 업체다. 하림그룹과 계약을 맺고 있는 가금류 사육농가는 1071개. 이 중 하림 계약농가 319개의 지난해 연평균 소득은 1억9100만원이었다. 하림은 농가 수익 증대와 양계 환경 개선을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어릴 적 병아리 10마리를 직접 키워 판 것을 계기로 사업가 길에 들어섰다는 김 회장은 “농가 수익을 높이는 게 하림 임직원의 핵심 성과 지표”라고 강조했다. 소와 돼지, 닭의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소시지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데 착안해 산지에서 마트까지 통합 관리하는 ‘계열화’에 착수한 것도 농가와 기업이 ‘윈윈’하려는 전략이었다.

양계 농가의 고소득은 위탁 계약 때문만은 아니다. 하림은 농장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상생금융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사육 횟수와 축사 3.3㎡당 생산량 증대 프로그램, 사육 환경 개선 사업도 병행했다.

그 결과 축사 3.3㎡당 육계 생산량이 2000년 369㎏에서 지난해 591㎏으로 2.8배 늘었다. 이 기간 농가당 닭 사육 횟수도 연간 4.3회에서 6.1회로 늘었다. 지난 5년간 사육 농가 소득은 매년 1000만원 넘게 증가했다. 전북 익산에서 20년간 양계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서모씨는 “농촌에서도 안정적인 소득과 노후 보장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최근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장남도 귀농해 함께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도산 농가 ‘0’… 소득은 2배↑

지난 10년간 하림과 계약한 농가 중 도산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과 각종 질병,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반복됐지만 문 닫는 농장은 나오지 않았다.

김 회장이 “농장 경영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며 20년간 사육선급금을 지원하고, 가축재해보험 가입 보험료 중 농가부담금의 80%를 보조하도록 해온 덕분이다. 하림사육농가협의회와도 매월 정기 회의를 열었다. 하림은 또 사육 과정에서 닭이 폐사하거나 병들더라도 변상금을 100% 탕감해 주고, 일정액의 최소 사육비를 지급했다. 친환경, 동물복지를 고려해 닭을 생산하는 농가에는 인센티브도 줬다.

하림 관계자는 “10년간 하림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4%에 불과하지만 계약 사육 농가 소득은 꾸준히 늘어 같은 기간 219% 증가했다”며 “올해 닭값 하락으로 적자 폭이 커질 전망이지만 농가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는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