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아동수당 100% 지급’을 공식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성남시에서는 월소득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억대 연봉자나 수십억원 재산가도 만 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의 수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동수당이 저출산 대책 중 하나라는 점에서 고소득자·고액재산가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發 복지 출혈 경쟁…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나
◆수십억 재산가에게도 아동수당

보건복지부는 소득·재산 하위 90%까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아동수당법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선정기준액을 4월 마련했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월 1170만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만 있으면 월소득 1170만원 이하, 재산만 있는 경우 11억2000만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남편(월소득 1000만원)과 부인(전업주부)이 시(市) 지역 주택(시가표준 3억원)과 자동차(4000만원)를 보유하고 만 0~5세 자녀를 키우는 경우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다. 소득인정액이 월 1265만2000원으로 3인 가구 선정기준액(월 117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구도 성남시에 살고 있다면 아동수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성남시가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모든 가구에 지급하도록 허용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아동수당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11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잇따라 지자체의 복지 확대 요청을 받아들인 복지부로서는 성남시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복지부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지사)의 ‘3대 무상복지’ 사업인 산후조리 지원사업과 중학교 신입생 전원 무상교복 지원사업에 3년 가까이 반대하다 올 2월 물러섰다. 나머지 하나인 청년배당 사업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자체 ‘복지 폭주’ 출혈 경쟁할 듯

이 전 시장에 이어 은수미 성남시장까지 무상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성남시 재정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판교 벤처밸리를 끼고 있어 대표적인 ‘부자 지자체’로 꼽히는 성남시는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재정자립도(예산 대비 자체 수입)가 올해 기준 63.5%로 전국 평균(53.4%)보다 10%포인트나 높다. 복지 분야 한 전문가는 “억대 연봉자가 돈이 없어서 애를 안 낳겠느냐”며 “성남시는 돈이 많으니 정책 목적이 불분명해도 현금을 살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남시가 아동수당 100% 지급을 실행하면 다른 지자체도 가만히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성남시발(發) 무상복지 정책이 인근 시 지역부터 경기도 전체로 퍼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까지 섣불리 ‘복지 폭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재정이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은 또 경기지사로서 성남시 ‘3대 무상복지’ 사업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